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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의 화신 리처드 3세…‘내 안의 악마를 만나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 
14일부터 LG아트센터 무대에

英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
운명과 장애 극복 권력 쟁취
나락에 떨어진 권력자의 광기…

절대 악의 화신·모사꾼 묘사불구
권력이 아닌 자유인의 내면 탐구
인간 기저의 심성 건드린 화제작


“관객들은 독재자, 악인으로 묘사되는 리처드 3세의 어두운 면모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 것이다. 심정적으로 공범자가 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파격적 연출로 매 작품마다 기대치를 뛰어넘는 유럽 연극계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리처드 3세’가 서울 강남구 엘지아트센터에서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05년 ‘인형의 집-노라’이후 네 번째 한국 공연이다. 오스터마이어는 14일 본 공연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리처드의 사악한 행동을 보면서 그같은 충동을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이라며 “자기외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고독한 권력자의 허무주의로 점철된 엔터테인먼트를 즐 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 초기 걸작으로 꼽히는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실존 인물 리처드 3세(1452~1485)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셰익스피어 원작도 1593년경 초연된 것으로 추정, 약 100여년의 차이가 난다. 오스터마이어는 “실존인물로 보기보다 작품 속 인물로 해셕하려 노력했다. 


셰익스피어 집필 당시에도 동시대 사람이 아니었고, 많은 역사학자들은 리처드 3세가 광기에 휩쌓여 살인을 저지르는 ‘괴물’이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본다”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왕위 계승 3순위였던 그가 이 모든 운명과 장애를 극복하고 결국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오스터마이어의 설명처럼 ‘리처드 3세’는 세계의 많은 연출가들에게 탐나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사악한 캐릭터, 절대악의 화신이자 천재적인 모사꾼으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인간 기저의 심성을 가장 잘 건드리기 때문. 국내에서도 지난 2월 배우 황정민이 10년만에 연극무대에 서면서 선택한 작품이 ‘리처드 3세’였고, 6월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랑스의 장 랑베르-빌드가 연출한 ‘리차드 3세-충섬싱의 구속’이 공연 예정이다.

이번 오스터마이어 버전은 독일 출신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의이 번역과 각색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운문이 산문으로 바뀌었다. 독어는 영어보다 음절이 적기에 운문을 산문으로 바꾸는 것이 적합하다고 봤다는게 오스터마이어의 설명이다. “언어는 세월에 따라 계속 바뀌기 때문에 늘 새로운 번역본이 필요하다. 극의 핵심을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한 필수적 과정이다. 한국에서 공연은 자막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고민을 했다. 관객이 봤을때 시야 중간에 위치, 극의 흐름을 끊기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영국 런던의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를 그대로 본 딴 무대도 화제다. 트레이드 마크인 반원형의 무대는 관객과 배우의 거리를 좁혀, 마치 배우와 관객이 직접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엘지아트센터에서도 이 무대를 구현했다. “주연배우가 무대에서 읊조리는 독백은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유도하는 대화다. 특히 악역의 경우, 선한 인물과 대립을 이루는데 이때 관객이 사용하는 쉬운언어로 이야기하며 관객 입장에서 선한 인물과 대조를 이룬다” 마치 관객이 무대에 서서 선한 인물과 긴장을 일으키는 듯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아역을 대신하는 인형도 눈길을 끄는 연출이다. 마치 시체처럼 느껴져, 앞으로 권력의 희생양이 될 그들의 미래를 암시한다. 권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평도 나온다.

오스터마이어는 “리처드 3세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 전부터 기획됐다”며 선을 그었다. “기자나 다큐멘터리 감독처럼 어떻게 한 개인이 권력을 쟁취하고 사용하는지 고발하는게 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최악 혹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인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4일부터 17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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