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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이제 겨우, ‘평화’라는 ‘달’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전쟁이 비로소 완전한 끝을 향해 한발 더 다가섰다. 1950년 시작된 한국전쟁이 휴전ㆍ정전을 거쳐 올해 공식적인 종결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전쟁의 적대국이자 정전협정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전후 처음으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았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전쟁발발 68년만이다.

우리에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평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전선(戰線)에서 평화로의 단지 ‘첫걸음’이라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책임만큼은 연합군, 유엔, 중국과 책임을 나누었지만 이제 평화에 대해서는 남북이 비로소 완전하고 온전한 일대일의 ‘당사국’이 된다는 사실이다.

6ㆍ12 싱가포르 회담은 남북 분단 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 어느 순간보다 감격적인 순간임엔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고되고 힘겨운 평화로의 ‘장기레이스’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계기다. 1969년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은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다. 이 말을 빌자면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위대한 도약이지만 이제 작은 한 걸음”일 뿐이다.

유난히 대결의 언사(言辭)를 좋아하는 것이 정치계와 언론계다.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자신의 활동과 주장이 유권자들과 사회ㆍ국가의 운명에 결정적인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매 순간을 ‘패배는 곧 죽음’인 백척간두의 승부라고 강변한다. 언론은 스스로 다루는 문제와 주제가 더없이 중차대한 것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대중이 서 있는 그 자리가 곧 기로이고 벼랑끝임을 설득하려 한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도 미-유럽, 미-중 간의 통상갈등도 ‘대결’이고 ‘전쟁’으로 묘사됐다. 이러한 수사(修辭)는 “모든 사건이 매번 단판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며, 반드시 ‘공격’과 ‘방어’와 ‘보복’으로 이어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승부와 대결, 전쟁의 수사 속에 있는 한 북미회담도, 국가간 무역협상도 월드컵같은 스포츠와 ‘동격’이 된다.

이러한 착각은 위험하다. 정치와 경제는 국가를 벗어나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 속해 있고, 그래서 단판에 승패가 갈릴 수 없는 문제이다.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것도 환상이다.

북미회담 또한 국제사회와 세계의 언론 속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같은 표현으로 즐겨 입에 올려졌다. 북미회담 단판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등이 ‘완전하게’ 타결되지 않으면 한반도에 다시 전운이 엄습할 듯한 공포가 부추겨졌다.

그러나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인류의 자유로운 달여행 혹은 우주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 아니듯,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즉각적이고도 완전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달착륙이 인류의 우주를 향한 모험의 “위대하지만 작은 한걸음”에 불과했듯, 북미회담도 지금까지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출발일 뿐이다.

그리고 남북미든, 남북중미든, ‘평화협정’으로 단지 하나의 막이 마무리될 이 여정에서 대한민국은 이제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운전면허증’을 얻은 것이다.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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