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진실된 회화의 세계로 초청하고 싶다”…윤성윤 개인전
갤러리조선, ‘시네 케라’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너무 강한 햇볕 탓에 빛이 바랜것일까. 표백된 듯한 녹음이 한여름의 정오처럼 느껴진다. 최근 보기 힘든 그림이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구상 작업은 관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캔버스 속 인물마저 평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나란히, 차렷 혹은 연극적 자세를 취한 이들은 너무나 ‘아카데믹’한 그림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서울 북촌로 갤러리조선은 회화작가 윤성윤의 개인전 ‘시네 케라(sine cera)’를 개최한다. 영어 ‘sincerely(꾸며내지 않은ㆍ진실된)’의 어원이기도 한 ‘시네 케라’는 라틴어로 ‘왁스 쓰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로마시기, 얇고 가벼운 도자를 만들기 어려웠던 일부 도공이 균열 있는 자기를 구워내고는 왁스를 덧발라 판매했고 이에 제대로 된 자기를 만든 이들은 자신의 작업에 ‘시네 케라’라는 문구를 삽입해 진정성을 강조했다. 

into the trance3, 162x130cm, oil on canvas, 2018_new [사진제공=갤러리조선]
smoke rings,30x30xm, oil on canvas, 2016 [사진제공=갤러리조선]

윤성윤 작가는 양손을 다 사용하는 작가다. 원래 왼손잡이였으나 훈련으로 오른손잡이가 된 그는 ‘이성적이고 기계적인’ 오른손으로는 아카데믹한 그림을, 왼손으론 비뚤빼뚤한 드로잉을 그린다. 흑백으로 명암을 잡은 뒤 색을 올려 완성하는 ‘글레이징’기법으로 완성한 작업은 서양미술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반대로 왼손 드로잉은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다.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는 회화, 그것도 구상을 위주로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유학당시 유행했던 표현주의에 대한 반발, 개념미술에 대한 회의가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회화에 전념하면서 개념미술과 다른 ‘진실된 회화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주인공들의 연극적 자세도 이러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예전 회화를 보면 작가가 그 주인공들 앞에서 서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요즘 회화는 사진을 찍고 찰나를 그리기에, 포즈는 자연스럽지만 사진처럼 보인다. 그림 앞에 화가가 서 있는 느낌을,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다” 

윤성윤 작가.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또한 작가가 차용한 자세는 차렷, 앞으로 나란히, 무릎꿇기 등 학청시절의 기억과도 닿아있다. 고전적 양식을 채택하면서도 동시대와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전시는 1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