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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연의 외교탐구] 비밀리에 진행된 2차 남북정상회담, 의의와 과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1. 노태우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비공식 채널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민간 네트워크를 다수 활용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처조카인 박철언을 안기부장 특보로 임명해 한중 간 물밑접촉을 총괄하도록 했다. 박 안기부장은 노 대통령의 신임을 업고 안기부 및 홍콩 총영사관을 비롯한 다양한 중국 정부기관과 연계해 한중대화의 물꼬를 텄다. 노 대통령은 이외에도 화교출신 개인 주치의를 통해 정부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



#2. 1970년 닉슨 독트린은 박정희 대통령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미국 정부는 백악관ㆍ정보라인을 통해 중국과의 협력가능성을 타진했다.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고, 곧이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이 공식화되면서 동북아정세는 요동을 쳤다.

2000년 이후 비밀해제된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미국과 중국은 관계정상화 의제로서 주한미군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나눴다. 닉슨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주한미군 제7사단의 철수명령을 내렸다. 이는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사전협의에 관한 제2조항을 무시한 것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중 관계정상화와 미중수교 과정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다.



1) 외교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엄중한 사안은 기밀 유지가 긴요한 만큼, 정보라인 및 비공식 채널이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있다.

2) 국익이 걸린 외교사안의 경우, 대통령 중심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구조가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효율적일 수 있다.

3) 비록 동맹정책을 전환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할지라도 국익이 걸려있다면 중앙권력은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동맹정책을 일방적으로 전환시킨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닉슨 독트린 때처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엄중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여부를 사전에 알리지 못한 이유가 사안의 민감성에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며 “그런 사정들을 잘 불식시키고 북미정상회담 성공과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매우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원장이 (회담) 요청을 해왔고, 또 남북의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서 협의를 한 바,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뤄졌다. 그런 사정때문에 사전에 회담사실을 언론에 미리 알리지 못한 것에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사전협의한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배경에 정통한 소식통은 본지에 “우리 고위관계자가 남북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과 접촉할 예정이라고 미측에 사전언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으로 갈 것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성사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 대북전문가는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북한과의 신의도 지키고 한미간 공조도 해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물밑외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쟁위기에 직면한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역전시켰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투명성을 갖추지 못한 채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추진된 ‘비공개 외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1) 정부가 판단한 ‘국익’이 철저히 대한민국을 위한 이익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2) 비록 목적이 순수하다고 할지라도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은 외교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가

3) 외교정책이 바람직하지 않을 때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가



박근혜 정부는 ‘국익’을 내세워 비밀리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추진했고,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체계ㆍTHAAD) 배치를 승인했다. 비록 여론에 반하는 외교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박근혜 정부는 당시의 선택이 철저히 국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비밀리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대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반의 여론이 문재인 정부의 중재외교에 반대한다면 정부는 외교정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일까? 아울러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부의 ‘비공개 외교’는 과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는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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