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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 도는 역사? 사추위 회장 배제에 금융권 우려
‘정권과 교분’ 사외이사 영향력 견제 명분
2010년대부터 회장 참여 명문화 했는데
‘셀프연임’ 금지 위해 10년여만에 다시 ‘원위치’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금융권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 현직 회장의 영향력 차단이 공식화 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24일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구성에 관한 내부 규정에서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추위에 지주사 회장이 참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도 현직 회장이 참여할 수 있지만 회장 본인을 추천하는 경우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모습.


하나와 KB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사추위나 회추위에 회장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12월 회추위를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하고, 현직 회장은 연임의사가 없는 경우에만 회추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범을 바꿨다. KB는 지난 2월 회추위와 사추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도록 규범을 바꿨다. NH농협금융도 지난 3월 지주사 회장 후보나 사외이사 후보를 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요건에 ‘회장은 제외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셀프 연임’, ‘회전문 인사’ 등으로 비판받는 금융권 지배구조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금융 지주사 회장들의 연임에 큰 관심이 쏠리면서 회장이 사외이사를 뽑고, 사외이사는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식의 맞물린 카르텔이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가 나서 이런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고, 법 개정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회장 배제 ▷사외이사에 대한 전문성 강화 ▷사외이사 외부 평가 등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기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 한 것이다. 금융위가 그리는 시간표는 다음달 국회 제출 후 연내 통과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결국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사추위에 회장이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당시 사추위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정하는 과정은 ‘외부 전문 업체의 추천’ 이라는 식으로 설명됐지만, 정권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금융사에 정부의 의중을 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정권과 연이 깊은 ‘실세’ 사외이사들이 경영 현안을 쥐락펴락 하면서 임원들도 사외이사들에게 줄대기 경쟁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막강한 사외이사들의 입김에서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면서 2010년대부터 현직 회장의 사추위 참여가 명문화됐다. 갑자기 등장해 조직 이해도가 적은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수십년간 금융사에 몸담았던 임원, 회장보다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KB는 2010년 사추위부터 당시 강정원 부회장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신한은 2015년부터 정관에 사추위에 ‘회장을 포함한’ 위원들이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다시 되돌리는 것에 대해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운영되려면 사외이사 뿐 아니라 금융사 내부 인사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주장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7명에 윤종규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참여하고 있다. 신한도 10명의 사외이사와 조용병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중 내부 인사가 김정태 회장 1명 뿐이다.

사추위에서 회장의 입김을 차단한 이상,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과점주주 체제로 이뤄진 우리은행이나 재일교포 인사들이 줄곧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신한을 제외하면 주주들의 입장을 이사회로 반영하는 방안은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KB에서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가 된 사례가 4명(이병남 전 LG인화원장과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교수,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있는 정도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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