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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베니스비엔날레] ‘건축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올해 주제 ‘자유 공간’…건축의 덕목에 대한 질문
각 국가관, 과거 아닌 미래에 초점 맞춰 전시 구성

시민부터 우주 층위까지 ‘시민권’ 탐구한 미국관
스케일 변주로 타 생명체 이해 구한 스위스관 ‘눈길’

본전시에선 서도호 출품 V&A ‘로빈 후드 가든…’ 호평
재개발로 곧 사라질 공공임대주택 거주민 삶 기록





[헤럴드경제(베니스)=이한빛 기자] “‘자유공간’이란 건축의 핵심 아젠다인 관용과 인간애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2018 베니스비엔날레 제 16회 건축전 총감독인 아일랜드 건축가 이본파렐(Yvonne Farrell)과 셸리 맥나마라(Shelley McNamara)는 자신들이 제시한 주제어인 ‘자유공간’에 대해 이처럼 설명한다. ‘자유공간’을 통해 결국 ‘건축의 덕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 이들은 ‘자유공간’에 대한 강령을 발표하고 공동체의 복원, 민주주의의 확산, 상업적 환경에서도 관용을 구현하라는 등 다양한 키워드를 제시했다.

26개 국가관과 본전시 참여작가들은 이 ‘자유공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사실상 ‘무제’나 다름없는 주제어라 작업이 다루는 범위도 광범위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과연 건축으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2018베니스비엔날레 제 16회 건축전 미국관 전시전경[사진=이한빛기자/vicky@]
2018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전시전경 [사진=이한빛기자/vicky@]


가장 적극적으로 답을 제시한 곳은 미국관이었다. ‘시민권의 층위(Dimensions of citizenship)’를 주제로 하는 전시는 시민, 공동체, 지역, 국가, 지구, 네트워크, 우주 등 7개 스케일에서 건축이 어떻게 시민권을 디자인하고 제안해야하는지 펼쳐보였다.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와 시카고대학이 커미셔너를 맡고, 니알 아킨슨, 앤 루이, 미미 제이거가 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했다. 7개 섹션으로 나뉜 전시장엔 환경, 지역분쟁, 사회분쟁, 인터넷시대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스케일을 넓혀가며 살펴본다. 인간의 몸부터 지상, 우주로 시야가 넓어지면 ‘시민’의 요건도 달라짐을 체감할 수 있다. 미래의 시민이 갖춰야할 덕목은 지구상에만 한정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스케일 변주로 인스타그램 핫 스팟이 된 2018베니스비엔날레 스위스관 전시전경 [사진=이한빛기자/vicky@]


스케일의 변주로 타인 혹은 다른 생물체에 대한 이해를 상기시킨 스위스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비체라 240: 하우스 투어’라는 제목아래 다양한 스케일로 제작된 집안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사람키보다 큰 부엌부터 기어가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낮은 문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관람객은 이들을 마치 하우스투어 하듯 돌아보며 거인과 소인의 스케일을 체감한다. 포토스팟으로 등극한 건 당연한 일이다. 반려동물의 눈에서 보는 인간의 집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건물에 비계를 설치, 2층 옥상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영국관. 지구온난화로 물에 잠겨버린 베니스를 은유했다. [사진=이한빛기자/vicky@]
전시장에 풀밭을 조성한 호주관. `수선(Repair)`을 주제로 내세웠다. [사진=이한빛기자/vicky@]


옥상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영국관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카루소 세인트 존 아키텍트와 마커스 테일러가 큐레이팅한 ‘섬(Island)’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물에 잠겨버린 베니스를 영국관 옥상으로 은유한다. 호주관은 전시장을 풀밭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최근 건축에서 이슈가 되는 ‘수선(Repair)’을 주제어로 제시하며, 건축이 자연의 맥락과 상관없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속에서 존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에서는 베니스비엔날레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 함께 선보이는 `로빈 후드 가든:역전의 파멸`이 돋보였다. 서도호 작가는 슬럼화로 재개발이 확정된 영국 공공임대건물인 로빈후드가든에서 20년 넘게 살았던 가족과 그들 삶의 흔적을 꼼꼼히 촬영한 영상물을 출품했다. [사진=이한빛기자/vicky@]
영국 공공임대주택인 로빈 후드 가든의 2개층이 베니스비엔날레 아르세날레 외부에 설치됐다. 재개발로 철거중인 이 건물은 건축양식적으로도 의미가 있어 영국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도호작가는 여기에 살았던 거주민의 삶을 기록하며 집의 의미를 묻는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가는 응용미술 파빌리온의 서도호였다. 베니스비엔날레와 영국 비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 함께 선보이는 ‘로빈 후드 가든:역전의 파멸(Robin Hood Gardens: A Ruin in Reverse)’에 영상작업을 출품했다. 슬럼화로 재개발이 확정된 영국 공공임대건물인 로빈 후드 가든에서 20년 넘게 살았던 가족과 그 건물 자체를 꼼꼼히 촬영, 그들의삶과 건물 곳곳에 묻어있는 거주의 흔적을 기록했다.

좌우 혹은 상하로만 움직이는 카메라의 시선은 매우 건조하게, 중립적으로 삶의 흔적을 기록한다. 가로 13미터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 덕택에 마치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캠코더가 아닌 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이어붙여 영상화 했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덕분에 집안 곳곳의 텍스쳐까지 살아났다. 서 작가는 “20~25년 거주한 이들의 삶의 흔적을 기록한 작업이다. 거주자의 긴 시간을 존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장 외부엔 실제 로빈 후드 가든 2개 층이 전시됐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컬렉션이다. 

올해 처음으로 전용관을 오픈한 교황청관의 전시전경. 성당을 주제로 10명의 세계적 건축가가 자신만의 성당을 지었다. 산마르코 광장 맞은편 산조르조 섬의 숲에 설치됐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현대에서 영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2018베니스비엔날레 교황청관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2018 베니스비엔날레 교황청관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비엔날레 전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교황청관의 ‘홀리 시(Holy see)’다. 바티칸 성당을 주제로 10명의 세계적 건축가가 자신만의 성당을 지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노먼 포스터도 참여자에 이름을 올렸다.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맞은편의 산조르조 섬 숲에 설치된 이들 성당은 현대의 영성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숲을 산책하듯 걷다보면 다양한 형태의 ‘성당’을 만나게 된다. 재료도, 구조도 모두 다르지만 아드리아 해와 나무, 햇볕, 바람 등 관람객 주변의 자연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침묵과 명상은 베니스 건축전 순례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에 가깝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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