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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 부자를 만들어 낸다”…자산관리사들의 ‘빛과 그늘’
‘놀러갔다가 만들었다’

역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의 얘기다. 힘 안들이고 만들었다는 건데, 바로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역외 탈세, 조세 회피 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간해서 밝혀내지 못한다.

‘국경 없는 자본’(동녘)은 부자 뒤에서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돕고 관리하는 사람들, 즉 자산관리사들의 실체를 밝힌 책이다. 브룩 해링턴 코펜하겐경영대학원 경제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자산관리사들의 세계와 그들의 활동을 연구하기 위해 직접 2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18개국 자산관리사들과 65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며 8년동안 연구했다.


자산관리사라는 직업이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 연원부터, 0.1%의 부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경로와 메커니즘, 부자들의 돈을 보호하는 전략·기법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본 데 있다.

흔히 불평등을 얘기할 때 과세제도와 공공정책에 초점을 맞추지만 저자는 자본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로 자산관리사를 꼽는다. 부자들이 정당한 몫의 세금을 내고 법규에 따르도록 하려면 그들에게 봉사하는 대리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불평등의 요소로 소득 보다 재산에 주목한다. 재산은 자산의 축적분으로 장기적으로 교육 기회, 취업시장에서의 기회 등에 영향을 미쳐 개인을 위치 지우기 때문이다. 재산은 부모에게서 그대로 물려받는 경우가 많은데, 자산관리사가 개입하게 된다.

적절한 세금 우대 조치를 찾아 역외로 자본을 빼돌리거나 신탁을 만들어 상속세를 피함으로써 재산을 자손에게 이전시킨다. 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 규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럴수록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자산관리사를 무조건 규제하면 해결될까? 저자는 탈세를 막기 위해 자산관리사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자산관리 기술을 부자 고객을 위한 개인 서비스에서 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 돌리거나 자산관리 전문가를 통해 탈세와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방식이다. 그닥 주목하지 않았던 0.1%부의 그림자를 밝혀낸 점이 흥미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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