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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뇌전증 경찰관, 8년간 순찰차 몰다 ‘줄사고’…경찰 ‘병력관리 시스템’ 구멍
-사고 전날에도 ‘뇌전증’ 관련 감찰조사 받아
-제도 허점 틈타 병력 숨기고 면허 재발급
-경찰, 해당 경관에 운전 금지 명령서 보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순찰 중 경찰관이 뇌전증 발작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동료 경찰관이 크게 다쳤다. 해당 경관은 과거에도 같은 사고를 반복했지만, 경찰의 관리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심지어 사고 전날에도 뇌전증 발작으로 감찰 조사를 받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7일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오모 경위는 야간 순찰차 운전 도중 뇌전증 발작을 일으켰다. 서행하던 순찰차는 순간 급발진하며 도로 옆 담벼락에 충돌했고, 30m 이상을 더 달려 인근 학원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료 경관은 머리를 크게 다치며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사고 직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오 경위가 과거 뇌전증을 앓으며 비슷한 사고를 여러 번 일으켰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오 경위는 지난 2010년 광주 동부경찰서에 근무하던 도중 처음으로 발작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경찰은 오 경위에게 ‘다시는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고, 운전면허 부적격 판정까지 내려져 오 경위의 운전면허는 취소됐다.

그러나 오 경위가 다시 면허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는 면허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취득 과정에서 병력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 경위 역시 병력을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서 면허는 다시 발급됐다.

경찰의 인사 관리 역시 문제였다. 순찰 중 발작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오 경위는 다시 복귀해 근무를 해왔으나 교통사고도 반복됐다. 지난 2016년에는 2명을 다치게 했지만, ‘주의’ 조치에 그쳤다.

심지어 사고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에도 오 경위는 뇌전증 발작을 일으켜 교통사고를 냈다. 잇따른 교통사고로 감찰조사를 받고 있던 오 경위는 사고 전날에도 조사를 받았지만, 순찰 근무에 정상 투입됐다.

경찰은 “당사자에게 운전을 하지 말라는 구두지시를 분명히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사고 한 달 전 소속 경찰서장은 오 경위의 징계 기록을 확인한 뒤 지구대장에게 “오 경위는 평소 간질 위험이 있어 교통사고가 우려되니 지속적으로 관찰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 지구대장 역시 직원회의에서 구두로 “오 경위는 운전을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구두지시만 있었을 뿐, 지구대 소속인 오 경위의 근무가 내근으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관련된 강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지구대원들도 오 경위의 병력을 모르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도 오 경위가 자신의 병력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어 다른 직원들에게 병력을 공개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해당 지구대장 역시 “오 경위가 주변 지리에 익숙지 않으니 당분간 운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순찰 도중 “피곤해 보이니 내가 대신 운전해주겠다”는 오 경위의 말에 함께 순찰을 돌던 경관은 운전대를 내줬고,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당시 오 경위는 뇌전증 약을 처방받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며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뇌전증 병력에도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단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최근 오 경위를 다른 지역의 순찰 근무가 없는 보직으로 이동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면으로 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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