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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휴가지? 그런데, 이걸 누가 하겠니?”
주역에 ‘낙천지명(樂天知命)’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명령이 있음을 알기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신흠은 “그 말은 억지”라고 반박한다. 타의에 의해 좌충우돌 운명이 바뀌는 벗의 신세를 지켜보던 그는 ‘우리의 일은 천명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알 겨를이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권위있는 경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1세기 한국 샐러리맨들도 운명을 알 겨를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하다. 사흘 이상 짬을 내, 재충전을 도모할라 하면 회사의 명령이 가로막기 일쑤.


가끔 억울하기 짝이 없을 때가 있다. 휴가 계획을 잡고 업무처리를 서둘러 추가근무도 했으며, 휴가 승인을 받고 차분히 마무리해 가고 있는데, 휴가일에 임박해 갑자기 ‘이것도 처리해야 한다. 너 밖에 없다’는 명령을 받으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팀원, 과장, 팀장, 부장, 임원이라는 백업 시스템을 두었고, 그들이 해당 업무를 어느 정도 아는데, 새 업무를 들이밀며 휴가 승인을 받은 직원의 발목을 잡을 필요가 있을까. 그 회사는 전보인사명령, 퇴사 등에 의한 결원과 업무변경 때엔 몇 주 간 일을 하지 못하는 불임 조직일까. ‘하늘의 명령’인들 이렇게 가혹할까.

전세계 여행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한국인 성인남녀 1063명에게 항공권 예약 취소 사유를 물었더니, ‘직장에 갑자기 생긴 급한 업무(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돈 까지 다 지불한 항공권을 취소를 하느라 위약금을 물었다는 응답은 83%였다. 자의가 아닌 회사 명령이라는 타의에 의해 다급히 취소했으니 위약금을 무는 건 당연하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을 하려면, 권리와 의무의 균형도 도모해야 한다. 휴가에 앞서 할 일을 다 해놓는 것은 직장인의 의무이고, 노동력 재생산의 의미를 갖는 휴가는 천명(天命)도 방해 못할 적법한 권리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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