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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강의 기적’ 품격 높인 한-아프리카 경협 선언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의 산업화를 위해 2년간 5조원이 넘는 금융협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 라운드테이블(장관급회의)에서 아프리카 참가국과 한국은 이런 내용이 담긴 경제협력 실행계획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9∼2020년 2년에 걸쳐 50억 달러(약 5조4270억원) 규모의 금융협력 패키지를 아프리카 측에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기반시설 개발, 정보통신기술, 인적자원 개발, 농촌 개발, 기후변화, 개발경험 공유 등 6대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인프라(하드웨어)와 역량개발(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협력한다.

이번 회의 결과가 갖는 의미는 의외로 크다. 질과 양면에서 원조국으로서의 품위를 어느정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국격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사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원조를 받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원조 우등생이다. 하지만 경제적 성공에 비해 국제적 기여는 턱없이 부족했다. 경제적 선진국의 상징인 OECD에 가입할 1996년에도 대외 원조는 쥐꼬리만큼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연간 25억 달러 이상의 돈을 해외원조 자금으로 지원한다. 1인당 원조비율로 따지면 아직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규모로는 OECD 하위권을 벗어났다.

게다가 한국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떠오르는 기대주다.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기존 원조국들은 돈 이외에 줄게 별로 없다. 격차가 너무 심해서 이질감이 따른다. 한국은 그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국제개발 모델을 제시하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의 강점은 원조자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의 압축경제 성장 과정은 원조대상국에겐 교과서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까지 심어준다. ‘가성비’로는 최고다.

원조는 퍼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진출에 좋은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로 답답해하는 기업들과 청년들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이제 원조는 더이상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후진국 방문시 던져주는 선물보따리가 아니다. 국제적 의무를 다함으로써 국격을 높이는 동시에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개발노하우를 전수하며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양수겸장의 국가적 사업이다.

그 중요한 분수령이 이번 한국-아프리카 경협 라운드테이블(장관급회의)다. 아프리카 참가국들이 자신들과는 별 상관도 없어보이는 남북정상회담 결과인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고 화답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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