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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닝’, 미스터리함이 던지는 의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버닝’(17일 개봉)을 보고나니 멍해졌다. 영화는 “이건 누가 했어” “어떻게 된 거야”를 물으며 따라가는 관객에게는 친절하지 않다. 영화는 모호하고, 미스터리이다. 그래서 무력함이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세 명의 젊은이가 등장한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나레이터 모델 알바로 번 돈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는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가끔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며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주와 후암동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종수와 해미, 반면 반포의 고급 빌라촌에서 살며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벤, 이들 세 명을 보면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수는 벤을 ‘위대한 게츠비’라며 “게츠비들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면 벤은 하는 일 없이 수시로 친구들과 클럽이나 자신의 집에서 파티를 연다. 종수가 벤에게서 느끼는 무력감은 충분히 이해된다. 조금 이상한 것 같은 이 세 명의 젊은이들은 오늘날 대한민국 젊은이들과 그대로 오버랩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젊은이들일 수 있다.

‘버닝‘ 각본 작업에 참가한 오정미가 이창동 감독과 나눈 대화를 보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드러난다.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게 된 세상에 대한 이야기” “지금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분노한다. 한국의 청년들도 매우 힘들어한다. 일자리도 얻기 힘들고.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을 찾을 수 없어 더욱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도 겉은 점점 세련되고 편리해지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멀쩡해 보이는 이 세상이 그들에게는 큰 수수께끼처럼 보일 것이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모티브로 한다. 하지만 인물의 성격과 스토리가 많이 더해졌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메타포’(은유)가 많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종수의 꿈속에서 등장하는 불타오르는 비닐하우스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비닐하우스 자체가 영화적 이미지다. 들여다 보면 투명해보이지만, 사실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를 문학적으로 잘 제시했다. 특히 자연광을 잘 살린 몇몇 장면은 너무 멋있어 빠져들게 한다. 노을녁 종수의 파주집 마당에 앉은 세 명이 음식을 먹는 장면, 그러다 해미가 몸을 흔들어 춤추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이야기, 판코마임, 고양이, 존재하는 건지 아닌지를 잘 모르게 만드는 해미의 우물 이야기도 관객에게 생각을 유도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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