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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먹구름 짙어진 남북…역지사지의 지혜로 풀어가야
순탄하게 흘러갈 것같던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점차 짙어지는 모습이다. 북한이 연일 우리 정부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게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러다 그동안 애써 쌓아 올린 남북간 신뢰와 화해 분위기에 균열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번에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전면에 나섰다. 리 위원장은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발언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위원장은 그 배경을 거듭 거론하며 강도높게 비난한 뒤 “차후 북남 관계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수석 대표로서 경우에 따라 남북대화를 전면 중단할 수 있다는 일방적 어깃장이자 협박인 셈이다.

북한이 갑작스레 벼랑 끝 전술로 돌아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수위를 바짝 끌어올린 비핵화 요구에 대응하기가 상당히 버거울 수 있다. 여기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강도를 더하는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기류를 잘 읽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북미 핵회담의 중재자를 자임한 마당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 국면이 깨지는 것은 막아야 할 역할과 책임 더 막중해졌다.

그런 점에서 1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 상임위원회 결정은 시의적절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상호 존중의 정신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장을 조율해 가겠다는 게 그 요지다. 중재자의 역할에 더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분명하다. 북한 핵 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뿌리내리는 것이다. 중재자역을 기꺼이 자임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우선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속히 가동해 북한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를 미국에 충실히 전달하는 적극적인 중재가 요구된다. 미국 역시 확실한 체제 보장 등 북한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비핵화 반대 급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억지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해 나가는 합리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 걸음 물러서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풀어가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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