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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3년만에 태극기 게양…주미대한제국공사관 ‘감동의 세레모니’
조미통상조약 기념일인 22일 개관식
1889년 공관설치후 외교활동 중심 무대
한일강제병합후 5弗에 일본으로 넘어가
102년만에 되찾아 당시 모습으로 복원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113년만에 태극기를 내건다. 조선-미국 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136주년 기념일인 오는 22일 태극기 걸린 공사관 개관식이 열린다.

애초 공사관 건물은 1877년 미국 남북전쟁 참전군인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Seth L. Phelps)의 저택으로 건립되었던 것으로, 1882년 미국과 수교한 조선은 1889년 2월 이곳에 주미공관을 설치했다. 이후 1893년 개최된 시카고박람회 참가 준비 등 16년간 활발한 외교활동의 중심 무대로 쓰였으나, 1905년 11월 대한제국이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기면서 공사관의 역할도 멈추고 말았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외부

1910년 한일강제병합 직후에는 소유권마저 일제에 넘어갔는데, 매각대금은 단돈 5달러였다. 이후 공사관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프리카계 군인들의 휴양시설과 화물운수노조 사무실, 개인주택 등으로 사용됐다. 자랑스런 대한제국의 외교 터전이었다는 사실이 잊혀질 무렵, 뜻있는 재미교포들의 ‘부활’ 노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태극기가 내려진지 100년 가까이 지난 2003년 이었다.

뜻있는 재미교포들은 그해 ‘미국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공사관 매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정부차원의 매입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전(前) 소유자(젠킨스 부부)와 협상에 나섰으며, 2012년 10월 매매가 이루어지면서 일제에 공사관을 빼앗긴 지 102년 만에 다시 소유권을 되찾아왔다.

문화재청은 공사관을 매입한지 석달 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위탁관리자로 지정한 뒤, 2013년 11월 정밀실측조사를 마쳤고, 국내외 각종 문헌과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수 및 정밀복원 공사를 해, 마침내 올해 3월 12일 최종 준공했다.

공사관은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교공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단독건물이란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뿐 만 아니라 미국 워싱턴 D.C. 안에 있던 19세기 외교공관 30여개 가운데 내·외부의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로서, 미국의 외교사적 가치도 매우 크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美 동부시간) 공사관이 있는 로건서클 역사지구(Logan Circle Historic District) 내 공원에서 김종진 문화재청장,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 미국 정부·의회 인사, 1882년 당시 공관원들(박정양, 이상재, 장봉환)의 후손, 재미교포 대표, 현지주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사관 개관식 행사를 개최한다.

특히 113년만의 태극기 게양식은 감동의 세레모니가 될 것이다. 게양자는 독립유공자이자, 초대 공관원이었던 월남 이상재 선생의 증손이 맡는다.

공사관 1층 객당

현재 공사관 1~2층은 국내외에서 발굴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각종 문헌과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복원 및 재현했다. 1943년 훼손된 천장과 계단실을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 이와 함께 복원과정에서 발굴된 수행인용 계단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3층 전시관에는 한미관계사 등이 전시패널과 영상자료를 통해 전시된다. 또한, 건물 주차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외부공간은 꽃담, 왕의 장수를 위해 세운 돌문인 불로문(不老門), 보행용 얇고 넓은 돌 박석(薄石) 등을 설치했다. 한국식 정원으로 꾸며, ‘미국 속의 한국’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이다. 관람은 예약(www.oldkoreanlegation.org)하면 누구든 무료로 할 수 있고, 한국어-영어 모두 가능한 해설사가 배치돼 우리의 파란만장했던 대한제국 역사와 숨가빴던 당시 외교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문화, 외교이벤트도 늘 벌어진다. 임금이 계신 궁을 향해 예를 올리는 망궐례(望闕禮) 재현 행사, 로건 서클 역사지구 관람, 외교사 탐방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미련될 계획이다.

미국 빅토리안 양식으로 1877년 토머스 플라우만(Thomas M. Plowman)이 설계했다. 건축면적은 150.98㎡, 연면적은 578.83㎡이다.

1888년 1월17일 박정양 초대 공사가 임명돼 미국 클리블랜드 대통령에게 ‘국서’ 전달했고, 1893년 이곳을 거점으로 조선은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1972년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은 이곳 일대를 로건서클 ‘역사지구(Historic District)’로 지정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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