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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오늘의 도전이 내일의 무모한 실험이 될지라도
오픈 시간은 12시였다. 한 시간이나 일찍 갔는데도 대기줄이 100미터는 족히 돼 보였다. 입장시간이 지나자 줄은 더 길어졌다.

주최측은 입장객 수를 조정하느라 나온 사람 수 만큼만 행사장에 들여보냈다. 지난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1인 디자이너마켓 ‘서티마켓’의 풍경이다.

디자인ㆍ브랜드 잡지인 매거진B로 유명한 JOH(제이오에이치)는 최근 한남동에 복합문화공간 ‘사운즈 한남’을 오픈했다. 일호식, 세컨드키친, 콰르텟 등 JOH의 브랜드 매장이 입점했고, 세계 3대 경매사인 필립스와 한국 최대 갤러리인 가나아트가 이곳에 분점을 냈다. 1층과 2층에 이같은 매장이 들어선 사이 3층 위로는 고급 레지던스가 자리했다. 힙스터(독특한 문화코드를 공유하며 자신만의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들이 몰려든 건 당연한 일이다.
서티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최지웅 대표는 원래 디자이너다. 본인 브랜드도 있다.

온라인과 SNS로 브랜드를 키워나갔지만 직접 실물을 보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많아 ‘플리마켓’을 운영한게 벌써 11회째가 됐다.

처음엔 성수동 사무실에서 시작했던게 DDP까지 진출했다. 현장에서 일하다 ‘필요에 의해서’ 주변 디자이너와 힘을 합쳐 이벤트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60여개 브랜드가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내가 입고 싶어서, 내가 필요해서 디자인한 물건들이 시장과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서티마켓에 참여한 1인 디자이너 브랜드 중 일부는 마켓 이틀동안 5000~6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디자인회사 JOH는 디자인 브랜딩기업을 넘어서 자신만의 색을 가진 ‘디벨로퍼’로 변신했다. 사운즈한남은 복합문화공간이지만 동시에 도시형 리조트기도 하다.

JOH측은 “레지던스 거주자들은 1층과 2층 상가에서 먹고, 마시고, 만남을 즐기고 레지던스에선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전한다. 아이가 있는 가족보다는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1인 가구나 커플에 적합한 주거공간인 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장의 니즈를 읽고 변신에 나섰다는 데 있다. 디자이너에서 플랫폼 운영자로, 디자인기업에서 디벨로퍼로. 자신의 정체성은 간직하면서 과감하게 변신을 꾀한 이들에 대한 평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몇 년 뒤 무모한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도, 성공한 사례로 언급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들의 움직임은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능성과 재능은 행동하는 돌연변이들과 만나 세상을 바꾸는 트리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변화가 일어난 뒤라면 이미 너무 늦다. 보이기 전에 움직인다는 건 그래서 깨어있는 자의 몫인지 모르겠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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