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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사드·희토류 그리고 반도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57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상황에서도 대(對) 중국 수출액이 늘었다는 점이다. 사드 조치로 유통ㆍ관광업계가 크게 고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 여파 속에서도 중국 수출액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중간재 중심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14.2% 증가한 142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통계는 압도적인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증명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적기에 중국 IT 기업들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면 이들 기업은 즉각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중국 기업의 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IT 분야에선 철저하게 한국 기업에 종속된 구조다. 반도체는 IT업계의 쌀과 같아서다. 중국이 대대적으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0년으로 시계를 돌려본다. 그해 9월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수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자위대 순시선과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 어선은 일본 해상보안청에 나포됐다.

이후 중국에선 반일시위가 잇따랐다. 중국 정부는 주중 일본 대사를 소환하고 중국인들의 일본 관광까지 중단시켰다. 우리의 사드 조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이었던 건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였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었다. 일본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일본은 희토류 없이 전자제품 생산이 불가능했다. 결국,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위 두 장면은 지정학적 갈등과 중국의 강경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닮았다. 기저엔 공통점도 있다. 상대방의 생사를 위협할 수 있는 카드를 지닌다는 건 결정적 순간에서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진 압도적인 반도체 경쟁력은 결코 희토류의 힘에 뒤지지 않는다. 대국 중국에 한국 경제가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밖에 없다는 소극적 숙명론은 우리가 지닌 반도체의 위상을 감안하지 않은 판단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기업의 영업기밀 보호를 내세워 양 진영은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이 논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전문위원회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결론을 내리며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가 공개되고 중국 등 후발 경쟁업체가 이를 활용할 경우, 수년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공개 여부의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인권과 산업의 경쟁력 보호. 결코,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다. 진영 논리에 갇힌 소모적 논쟁은 불필요하다. 양자를 모두 충족할 묘수가 필요할 때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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