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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게스트하우스’ 죽을맛…경찰 시도때도없이 불쑥…
명목은 살인사건이후 치안강화
업소들 매출 70%↓·단속스트레스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인 사건 발생 2개월, 현지 업체들은 매출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만난 업주들은 관광객들의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경계심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한편, 일부는 불시점검과 정복경찰의 범죄예방진단 등을 문제로 삼았다.

최근 제주 서부권에 위치한 A게스트하우스 사업주는 “2개월 여간 정복을 입은 경찰이 5번 가량 점검 나오고, 시청 민박업 관할부서에서도 3차례 점검이 나와서 신경이 곤두설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쉴 곳을 찾아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불시에 닥친 점검으로 되레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사업주는 “내가 없는 동안 방문한 횟수까지 따지면 더욱 많은 경찰이 왔을 것”이라며 “열심히 점검하는 것은 좋지만, 손님들이 있을 때 오면 ‘부실 업소’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심란하다”고 털어놨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찰들의 빈번한 불시 방문으로 난처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시 동부권에 위치한 B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오후 8시께 손님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사복차림의 남성 3명ㆍ여성1명 경찰관이 들이닥쳤다”면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경찰 방문으로 싸해져 자리를 금세 파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살인사건이 났던 곳 인근에 위치한 C게스트하우스 측은 “슈퍼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했다고 모든 슈퍼를 단속하는 것은 아닐텐데, 최근 경찰은 모든 게스트하우스들을 너무 압박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현지에서 만난 게스트하우스들은 지난 2월 살인사건 이후, 매출액이 전년대비 30~70%씩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자치경찰의 지도하에 CCTV를 설치하고 보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에도 관람객들은 게스트하우스를 외면하고 있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는 외지인이 없다’, ‘CCTV’ 설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유명 보안업체를 사용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전면에 내걸 정도다.

D 여성게스트하우스 업주는 “고객들이 문의전화를 걸면서 ‘안전’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묻는다”면서 “여성이 운영하는 곳이고, 보안설비가 잘 되어있다고 설명해준다”고 했다. E 게스트하우스 업주는 “설날을 기점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적자영업중”이라고 했고, F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중국인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개별 관광객도 끊기며 아예 손님이 없거나 하루 1~2명만 묵고 간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제주도를 찾은 개별관광객 수는 1130만5000명. 전체 관광객 1475만3000명의 76.6%를 차지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한다. 경찰이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게스트우스 범죄 신고 394건 중 성범죄 신고는 21건(5.3%), 음주관련 신고는 109건(28%)에 달했다. 경찰입장에선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도 “여성이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제주를 만들어달라.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돼선 안된다”고 주문을 내린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치안 유지를 위해 단속도 강화하고 예방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여러모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정복 경찰이 단속을 나가지는 않는다. 정복 경찰들은 ’예방‘ 차원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던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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