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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은 꿈을 키우는 곳입니다”..‘입주 반대’에 날린 청년의 메시지


   현수막 vs 현수막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역 주변.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진이 보이시나요? 횡단보도 앞에 현수막 2개가 나란히 걸렸습니다.
흰색에는 “함께살아요 우리.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영등포를 만들어요!”
노란색엔 “영등포 이미지에 먹칠하는 5평짜리 임대아파트 결사반대”
라고 적혀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반대와 반대가 만나 부딪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10여일 전, 이 지역 한 아파트 단지엔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의 건”이란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빈민지역 슬럼화가 우려되는 등 지역 이미지가 훼손되니 이곳에 청년임대주택이 세워지면 기존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단 내용입니다.
논란은 진행중입니다.


    “집은 돈을 키우는 곳이 아닙니다”…‘대화’캠페인

며칠 후. 젊은이 한 명과, 그가 속해있는 한 청년주거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나섰습니다. 직접 지역 주민을 설득해 보겠단 취지였죠. ‘따뜻한 임대주택 되찾기’란 이름의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청년들 의견과 메시지가 전달됐습니다. 본인을 영등포구 사는 청년이라고 밝힌 이한솔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집없이 사는 청년에겐 임대주택이 희망이예요. 하지만 ‘임대주택’이란 이름만으로 혐오시설로 취급받습니다…모든 임대주택 추진방향을 찬성하는 건 아니예요.
다만 대화와 설득을 통해 ‘같이 살아가는 집’은 혐오시설이 아니란 걸 인정 받고 싶어요. 우리 모두 집에서 살잖아요” 


청년의 대화 방식은 ‘어른’과 달랐습니다. 젊은이 한 명 한 명의 메시지를 스티커에 하나씩 적어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에 붙였죠.
입주 당자사가 될 젊은이들 말도 들어달란 뜻입니다. 맞불 현수막을 걸어 ‘대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대신 말이죠.
위 사진에 쓰인 문구 말고도 몇개를 더 소개할게요.

“집은 꿈을 키우는 곳이지 돈을 키우는 곳이 아닙니다. 청년의 꿈이 곧 대한민국의 꿈이 됩니다” (동대문구 사는 청년 윤상현)

“평수가 아닌 시민의 필요가 임대주택 공급의 기준입니다” (마포구 사는 청년 김세진)

“서울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제가 살 집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요” (영등포구 사는 청년 최지희)

“여러분이 청년 시절에 살던 집은 어떤 집이였나요? 혐오시설이 였나요? 유흥업소 였나요? 아니면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면서 하루하루 살던 집이었나요?” (10년 후 이 아파트에 살 주민 성은혜)

청년들의 대화 시도는 17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손수 엽서 200개를 꾸며 집집마다 배달하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엽서엔 “우리 서로를 존중하며 같이 살아가 보아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주변집값? 떨어진다 vs 아니다”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아파트값’ㆍ‘재산권’등등을 강조합니다. 재산권은 무엇일까.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권리”입니다.
궁금했습니다. 청년들을 만난 뒤,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봤습니다.
의견은 제각각이었지만 크게 보면 두 갈래였습니다.
“당분간은 집값이 떨어질것 같다”는 평가가 있었고, 한편으론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와 상권이 활성화 되면 집값은 오히려 오르지 않을까”란 전망도 있더군요.
취재를 마치고, “빈민아파트” 안내문이 붙었던 그 단지에 다시 가봤습니다. 우연히 또 다른 유인물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빈민’이란 표현은 빠졌습니다. 대신 ‘우리의 권리’에 피해가 예상된다며 6가지를 보기쉽게 정리했습니다.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도 있었죠.


서울시 책임자에 호소했다는 건, 시장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곳곳에 지어질 임대주택에 입주할 젊은이들과도 소통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청년들은 이미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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