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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 차별없는 세상 下-해법은 없나]“함께 사는 세상 꿈꿔요”…발달장애 부모 유튜버 ‘예지맘’ 이야기
-자폐증 장애 딸 키우면서 느꼈던 절망, 유튜브 방송 통해 나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신뢰 보내는 일 가장 중요
-“발달장애인의 삶 더이상 비참하지 않길 매일 매일 기도해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아이가 치료가 필요합니다. 자폐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폐증 장애를 갖고 있는 최예지(10) 양의 엄마 오민주(40) 씨는 그 날을 똑똑하게 기억했다. 하루를 지켜본 것도 아니고 한 시간이나 봤을까. 잠깐의 면담과 몇 가지의 검사만으로 딸은 34개월에 발달 지연 판정을 받았다. 예지 엄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남들과 다른 아이에게 화를 내고 다그쳤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이에게 모두 미안한 일들이에요. 아이를 엄마의 욕심대로 끌고 갈 순 없던 거였어요.” 

‘예지맘의 괜찮아’의 오민주 씨. [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지난 1일 경기도 김포의 한 교회에서 만난 오 씨는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면 후회되는 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를 평가하고 강요했던 것은 모두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지금은 아이에게 최대한 선택권을 주려고 해요. 그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라디오 방송인 맘스라디오와 유튜브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방송인 ‘예지맘의 괜찮아’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방송을 통해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를 나누고 올바른 부모교육 정보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에는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에세이 책을 편찬하기도 했다.

그가 마이크를 잡게 된 건 희귀난치병 아동을 돕는 비영리단체 ‘여울돌’에서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나눠야겠다는 확신이 들면서다. 그는 “예지가 피부염을 심하게 앓았을 때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면 아이들의 안녕을 위해 아이들의 엄마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길 바란다’고 기도했었다”며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 앞에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 씨는 여느 발달장애인 부모가 그렇듯 딸과 밖에 나갈 때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늘 싸워야만 했다. 오 씨가 선택한 것은당당하게 맞서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제 아이는 발달 지연입니다. 미안합니다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가 이곳에 있어도 될까요?”라고 묻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 씨가 딸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예지의 자유를 인정하지 못했다. 집에서 예지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을 해줘야 마음이 편했다. “참 모순적이었죠. 상처를 온전히 직면하지 못한 가식적인 저를 보며 걱정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너무나도 막막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수없이 울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는 중요한 것은 예지의 성장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 씨는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이의 발달은 더욱 지연될 수 밖에 없다”며 “진정으로 아이를 치료하기 원한다면 가장 먼저 엄마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예지는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스크림을 10개나 먹으려는 아이에게 “예지야 엄마가 돈이 없어 하나만 사야 해. 하나만 살 수 있어?”라고 물으니 아이가 “한 개요”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정표현을 하지 않던 예지는 교회를 가야 한다는 엄마에게 “가지마”라며 끌어안기도 했다. 오 씨는 “꿈만 같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정말 감사했다”며 아이처럼 웃었다.

그는 발달장애인은 성장에 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뿐 존재만으로 귀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매일매일 딸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발달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다음 세대 발달장애인들의 삶이 더 이상 비참하지 않기를 바래요. 발달장애인도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사람답게 살기를 원해요. 그런 날이 꼭 오겠죠?”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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