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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폭탄에 ‘헌집’ 수요실종…‘로또아파트’ 만 인기
서울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새집 싸게 사자”로 수요 몰려


직장인 김모(36) 씨는 서울에 내집마련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에는 청약시장만 기웃거리고 있다.

김 씨는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저렴하게 나오니까 기존 아파트들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분간은 청약만 노려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면서 김 씨처럼 청약시장만 바라보고 기존 주택 시장을 외면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13일 광진구의 K공인중개사는 “간간이 전화가 오기는 하는데 세입자 문의가 대부분이다. 시장이 어디로 움직일 지 몰라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압구정 재건축(항공뷰)

송파구의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지난달 중순부터 문의가 줄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거의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한동안 문 닫아야할 판”이라 말했다.

반면 청약 시장 열기는 뜨겁다. 지난달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 수만명의 청약 인파가 몰린 것을 시작으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등 비강남권 아파트까지 과열 분위기다. 서초우성1차 재건축, 고덕주공6 재건축, 신길뉴타운 8구역 등의 분양도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사실상의 분양가 상한제로 탄생한 ‘로또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 시장의 열기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민간택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심사를 통해 분양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수억원 씩 싸게 분양하는 아파트를 잡기 위해 수요자들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면서 기존 주택 시장에 대한 수요를 빨아들이는 효과를 낳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일 기준 강남4구(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의 아파트 매매가 주간 상승률은 7개월만에 하락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들이 계속 분양되면 주변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분양 열기로 대기 수요가 확인된 만큼 수요 심리가 자극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수요자가 운에 의해 싼 아파트를 공급받는 것은 자산 분배 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통제는 하락장에서는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지만 보합세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며 “현재는 양도세 중과 등 다른 규제로 인해 시장이 안정된 측면이 크다”고 풀이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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