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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바다 옆 ‘노란 꽃바다’
특별함이 있는 4월의 부산
강서구 낙동강 변 대저생태공원
축구장 63배 국내최대 유채꽃 들판

사하구 아미산 전망대 오르면
을숙도부터 온갖 조각섬이 한눈에
해맞이공원엔 수줍은 ‘수선화 잔치’


“부산 하면 바다”라고 하자, “아니다. 절반 넘는 땅이 산이고 지명도 부산이니, 산이다”라는 거센 반론이 나온다. 최근엔 “강과 들이 40%에 가까우니, 강이고, 들이다” 하는 주장도 그럴듯한 논리로 제기됐다.

원도심과 부산의 어머니 젓줄같은 곳 금정산을 둘러보고는 산이라 하고, 수영-해운대-일광에 놀러가면 바다라고 하며, 낙동강변 4개구의 운치에 취하면 “강과 들, 맞다”고 동조한다.

부산은 동해일까, 남해일까. “광안리-해운대-송정-기장이 동해니까 동해로 봐야한다”, “아니다. 오륙도에서 가덕도까지 남해쪽 해안선이 훨씬 기니까 남해쪽이다.”

“오륙도(五六島)는 아니다. 이젠 연중육도(年中六島)”라는 등 재미있는 논쟁들이 이어진다.

춘흥에 겨우니, 어른들이 애 처럼 재잘거린다. 부산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은 이곳이 다채로운 매력을 품었음을 새삼 일깨운다. 그 속에서 ‘들떠있는 부산 여행자’의 봄 정서가 읽힌다.

부산의 특별함은 4월 강과 들에서 시작된다. 대저 유채꽃 단지가 낙동강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금정 회동저수지 호변산책로 황토길을 맨발로 산책하며 꽃과 편백, 솔향을 음미할 수 있다. 사진은 늦가을까지 꽃잔치가 열리는 오륙도 해맞이 공원.

4월 노란 ‘꽃바다’ 서부산=또 하나의 감춰진 보석, 동북쪽 금정의 회동수원지에선 갈대 밭 사이로 거북이가 봄 햇살을 쬐러 기어나오고, 서쪽 낙동강변 대저생태공원의 국내 최대 유채꽃 들판엔 겨울을 이긴 유채가 앞다퉈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부산에 호수도 있고, 강이요, 들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부산판 함흥냉면’ 밀면의 탄생지 ‘소막마을’이 있던 피란민촌 우암동 뒷산은 벚꽃으로 뒤덮였고, 그곳에서 남쪽으로 곧장 향하면 만날수 있는 부산 해안 중심부엔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이 부쩍 늘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우암동을 중심으로, 서면ㆍ문현ㆍ용호동(오륙도)으로 이어지는 이 일대는 현재 부산 해양 산업 관광 클러스터 구상으로 들썩인다.

해운대, 광안리, 감천문화마을, 국제시장, 해동용궁사가 아니라도 부산은 2018년 봄 또 다른 매력들을 뿜어냈다. ‘화수분’ 같은 부산여행이다.

부산의 재발견은 4월 강과 들에서 시작된다. 국내 최대 넓이의 대저 유채꽃밭이 부산의 낙동강변 들녘을 노랗게 물들인다. 낙동강을 낀 강서-사상-사하-북구는 부산 전체 면적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이 서부산의 중심인 강서구가 그중 60%를 점하는데, 오는 14~22일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부산 낙동강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각양각색의 식생을 자랑하는 대저생태공원 중 유채꽃단지 넓이만 76만㎡로, 축구장 63개를 합친 크기이다. 4월엔 노란색 바다가 된다. 이 축제 직전과 초반기에는 12.4㎞ 낙동강 둑방 자전거길의 벚꽃 터널과 둔치 공원의 유채꽃이 살짝 겹칠 수도 있겠다. 인생샷 포인트는 하트 유채꽃밭이다.

이일용 부구청장은 “유채꽃 축제에는 공연, 한복, 승마 등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가 마련되며, 그 축제 일주일전인 오는 7~8일엔 해풍 맞으며 영양가를 농축한 대저토마토 축제가 열린다”면서 “농촌사람 같은 서부산의 인심도 느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서 낙동강변 자전거 벚꽃터널.

아미산 전망대ㆍ다대포ㆍ송도=여행자는 물론 부산사람들 조차 낙동강 서쪽 ‘서(西)낙동강’의 매력을 잘 모른다. 퇴적섬 중사도 등에서 때 묻지 않은 생태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낙동강과 서낙동강 사이에는 맥도강, 평강천이 흐르고, 조만강, 신어천이 부산의 서낙동강으로 유입된다. 부산엔 참 강도 많다.

강서구의 이웃 사하구 아미산 전망대에 오르면 을숙도에서 대마, 백합, 맹금머리 등(밀물때 흔적을 찾기 힘든 모래섬)과 장자, 신자, 진우, 눌차도로 이어지는 조각섬들과 가덕도를 훤히 내려다볼수 있다. 사하구의 다대포해수욕장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푸른 바다가 확 펼쳐지는 국내 유일의 해변이다.

서부산 간 김에 다대포와 가까운 서구의 송도해수욕장 케이블카를 지나칠 수 없다. 120m길이 송도 구름다리, 다이빙대, 해안볼레길 등과 함께 ‘송도 4절’인 송도 케이블카는 1620m 운행하면서 암남공원, 진정산과 장군산, 남항, 영도 일대를 발 아래 굽어보게 한다.

원도심과 자갈치, 국제시장을 모두 가봤다면 훌쩍 뛰어넘어 동해와 남해의 경계선 오륙도로 가자. 섬은 분명히 6개인데 “5개인듯도 하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밀물때 키가 가장 작은 방패섬이 잠긴다는 것, 방패섬과 솔섬이 겹쳐져 하나로 보인다는 것, 방패섬과 솔섬의 지층구조가 같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다섯형님 막아주는 방패섬 깔보지마라”, “방패섬은 엄연히 섬이고 물에 잠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방패섬과 솔섬 사이에는 엄연한 98㎝ 폭의 물길이 있다”는 얘기가 실증적인 설득력을 얻으면서 ‘연중육도’라는 해설사들의 공식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연중육도’ 논객들도 ‘오륙도’ 이름에 담긴 애틋한 정서와 이야기가 사라지지 말고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는데에는 이의가 없다.

강서 대저생태공원.

오륙도의 수선화=오륙도는 지금부터 12만년전까지는 공룡 브라키오사우러스의 목처럼 해안으로 삐죽 나온 반도형 곶이었지만, 동해와 남해의 경계선으로서 모진 물살을 견디다 중간 중간 끊어져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등으로 갈라졌다. 이곳은 강원도 고성 휴전선까지 이어지는 770㎞ 해파랑길의 출발점이다. 부산 바다가 여러 섬과 리아스식 해안선을 갖는 등 남해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해에 가까운 것은 지중해 ‘아주리’ 보다 짙은 푸른 바다색과 청명함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로의 동해, 가로의 남해도 아닌, y=x 그래프 사선에 접한 영도, 송도, 다대포는 엄밀히 따지면 남해에 속하지만, 동해와 남해의 해양 풍광과 수산자원을 모두 향유하는 횡재를 누린다.

해맞이공원의 전망에 오르면 여섯개 섬은 두개로 보인다. 동해출발점과 남해출발점의 향도자 처럼. 수선화와 유채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오륙도를 사랑스럽게 내려다 본다. 오륙도와 해맞이공원엔 4월부터 흰색 다정큼나무꽃, 푸른색 각시붓꽃, 5월부터는 보라색 갯완두꽃, 자주색 구슬붕이, 7월부터 연보랏빛 해국과 보랏색 테두리로 흰색꽃잎을 감싼 모래지치가 피는 등 80여종의 희귀 식물이 자란다. 4월 초순 수선화, 유채꽃을 시작으로 늦가을까지 꽃잔치가 이어지는 것이다.

초량 원조불백, 광안리 곰장어 거리, 해운대 구남로 사잇길 먹자 골목, 문텐로드 달맞이길, 청사포 카페 등지에서 부산의 밤 정취를 즐겼다면 다음날 오전 금정산 정기 받으며 보물찾기를 해 볼만 하겠다.

복원 힘들다던 크루즈 일으킨 부산=금정산 동쪽 회동(回東) 수원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인륜의 가르침을 주는 다섯 현자가 살았다는 오륜동의 인공댐인데, 호수같은 강을 끼고 황토길을 맨발로 산책하며 꽃과 편백, 솔향을 음미하기 좋은 곳이다.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수원지 입구 카페엔 2040세대 유한(有閑) 마니아들이 커피향까지 즐기고 있었다. 수원지를 따라 둥글게 휘어감긴 땅뫼산 황토길을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데 40분 가량이면 되고, 중간에 누각과 편백숲이 있어 수간모옥의 은밀한 평화를 누릴수 있다. 이 수원지는 수영강과 연결된다. 금정산 정기 받은 부산시민의 식수원이다.

대만 사람 3500명을 태운 크루즈가 부산에 오더니, 이젠 부산시가 13항차의 준모항 크루즈를 운항한다. 부활하기 힘들다던 크루즈까지 거머쥔 부산 관광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다시 가도 새로운 부산이다.

부산=함영훈ㆍ윤정희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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