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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바젤 홍콩, 지구촌 미술시장의 ‘완벽한 대세’ 자리매김
아태지역 등 32개국 247개 갤러리 참여
제프쿤스·장샤오강·이우환 등 스타 ‘발길’
VIP 대상 프리오픈 미술애호가들로 북적

컬러풀·반구상 표현주의 작품 전진 배치
노순택·이건용·하태범 컬렉터 눈길 끌어


[홍콩=이한빛 기자] 대세는 홍콩이다. 2018년 아트바젤 홍콩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홍콩국제아트페어가 ‘아트 바젤’브랜드에 흡수된지 6년, 홍콩은 뒤집을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싱가폴과 대만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제는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홍콩을 ‘아시아시장’으로만 보지 않는다.

2018 아트바젤 홍콩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32개국 24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미국계 갤러리인 가고시안, 리만 머핀, 페이스, 펄 램, 페로탕 등 세계 메이저 갤러리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갤러리도 국제, 학고재, PKM 등 11곳으로 최대규모를 자랑했다. 행사는 완벽하게 붐업됐고, 이같은 평가는 아트바젤 내부에서도 흘러나왔다. 아트바젤 측은 “(스위스에서 열리는)바젤 바젤은 매출이 매년 줄어들거나 고정되고 있고, 다른 예술 이벤트처럼 미술계의 ‘만남의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며 “바젤 홍콩은 매년 들어오고 싶어하는 갤러리가 늘고, 그들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며 성장하는 시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32개국 24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본 개막에 앞서 27일과 28일엔 VIP를 위한 프리오픈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의 제프쿤스 작품. 관객이 작가의 지시에
따라 특정자세를 취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에르빈 부름의‘ 1분 조각’, 2018 아트 바젤 홍콩 흰 천으로 공기의 움직임을 보여준 신지 오마키의 ‘The Liminal Air Space-Time’, 2018 아트바젤 홍콩 [한빛 기자/vicky@

실제로 본 행사 전 VIP만을 대상으로하는 프리오픈일(26일~27일)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미술애호가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볐다. 한국에서도 기업가와 연예인을 비롯한 개인 콜렉터들이 상당수 방문했다. 스타작가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전세계에서 가장 핫 한 현대미술가로 거론되는 제프 쿤스는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 깜짝 방문, 행사장의 관객과 셀피를 찍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토니 곰리(영국), 라이언 갠더(영국), 장샤오강(중국)을 비롯 이우환, 김구림, 박서보 등 한국 작가들도 자리를 빛냈다.

아트페어가 이처럼 미술시장에서 각광받고 가장 ‘힙’한 이벤트로 자리잡은데는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컬러풀하고 반구상 표현주의 작품이 전진배치됐다. 몇 해 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미니멀리즘,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단색화는 어느정도 그 자리를 물려준 모양새다. 장 뒤 뷔페(프랑스), 시실리 브라운(영국) 등 작가 특유의 터치와 색감이 아름다운 작가들 작품이 관객들의 눈을 자극했다. 한국 작가중엔 제여란(58) 작가의 작품도 반응이 좋았다.

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은 ‘아트페어 아트’란 표현이 있을정도로 특정한 경향성을 보인다. 시장에서 거래가 우선이기에 콜렉터의 미감에 맞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비슷한 작품만 모이다보면 시장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아트페어의 아이러니다.

결국 다른 노선을 선택한 갤러리들이 돋보이는건 당연한 현상이다. 매년 민중미술로 미술시장의 다양성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학고재갤러리는 이번엔 노순택을 선보였다. 동시대 한국사회의 아픈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노순택 작가는 이른바 ‘미술관 작가’ 혹은 ‘비엔날레 작가’로 분류될 만큼 사회고발적 소재를 다룬다. 이런 작가의 시장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것 만으로도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 행위예술가로 꼽히는 이건용, 전쟁이나 테러의 현장을 백지로 미니어처를 만들고 이를 촬영한 하태범(리안갤러리)도 콜렉터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회성 짙은 사진으로 ‘미술관 작가’, ‘비엔날레 작가’로 분류되는 노순택의 작품이 아트페어에 처음 나왔다.
매년 민중미술 작품으로 시장의 다양성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학고재갤러리. 2018 아트바젤 홍콩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이용우 상하이히말라야뮤지엄 관장은 아트페어가 비엔날레의 영역을 넘보며 시장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라는 진단이다. “거창하거나 실험적이거나 지나치게 정치사회적 이슈를 띄는 작품은 아트페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데, 이제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의 영역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서로의 영역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하고 있다”

전시장 중간 중간 설치된 엔카운터즈 섹션도 이와 같은 맥락에 서있다. 알렉시 글래스 캔토 시드니 아트스페이스 상임이사가 큐레이팅을 맡아 이사벨&알프레도, 쵸우 위청, 수보드 굽타 등 12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관객이 작가의 지시에 따라 특정 자세를 취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에르빈 부름(64)의 ‘1분 조각’과 흰 천으로 공기의 움직임을 보여준 신지 오마키(47)의 작품 그리고 수백개의 점심 도시락통과 냄비가 컨베이어 벨트위를 서서히 돌아가는 설치작품으로 인도의 점심도시락 배달부인 ‘다바왈라’의 숙명을 회고하는 수보드 굽타(54)의 ‘스타트. 스탑’은 관객들의 포토스팟으로 등극했다.

다만 6회를 맞이하는 행사인데도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건 민망하다. 전시장 내 카페와 입장을 도와주는 인력들의 트레이닝 미숙으로 VIP와 마찰을 빚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고, 영어가 원활하지 않은 스테프들도 상당수였다. 매뉴얼에 따른 동일원칙 적용이 무너지니 임기응변만이 남았다. 그에 따른 불편은 방문객의 몫이다. 국제적 명성에 걸맞도록 행사의 격을 올리는 건 아트바젤 홍콩의 숙제로 보인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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