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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방종대 한국토지주택공사 LHI선임연구위원]아파트 1000만호 시대, 이젠 100년 주택이어야
통계청에 의하면 2016년 11월 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 주택은 1669만2000가구이고, 아파트는 1003만 가구로 주택 10채 가운데 6채는 아파트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 그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다. 아파트 1000만호 시대, 재고아파트나 건설 중인 아파트는 후세대에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에서는 재건축이 성행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들의 연한은 30년 정도에서 불과하다. 아파트의 수명은 물리적 수명과 기능적 수명, 사회적 수명 등으로 구분한다. 수명이 짧으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여 국가적으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또 건설폐기물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시멘트, 모래, 자갈 등과 같은 주요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아파트의 수명을 대폭 증대시킬 수 있는 장수명 아파트를 건설하여야 한다.

장수명 아파트는 튼튼한 구조체를 바탕으로 아파트의 내부구조나 설비배관을 쉽게 고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이다. 100년 수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100년 주택’이라고도 한다. 장수명 아파트는 수십 년 후의 사회변화, 생활변화,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가진다.

기존 아파트는 움직일 수 없는 내력벽으로 방이 구분되어 내부구조를 변경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장수명 아파트는 기둥식으로 뼈대를 구성하고 건식벽체로 방을 구분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내부구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장수명 아파트에 살면 식구가 늘거나 분가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변하더라도 거주자의 취향에 맞게 방의 수나 위치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아파트의 일부를 임대할 수 있는 세대구분형으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설비 배선이나 배관이 구조체에 매립되지 않고 분리돼 있어서 교체나 수리가 쉽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들을 수십 년 후에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장수명 아파트는 미래 대응형 주거다.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아파트보다 건축물의 생애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건축 연한을 증가시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장수명 아파트의 보급은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장수명 아파트의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국토해양부는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를 제정하여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신축할 경우 장수명 주택 일반등급 이상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등급은 진정한 의미의 장수명 주택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양호등급 이상의 장수명 주택이 건설되도록 해야 한다. 건설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양호등급 이상의 장수명 아파트를 짓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장수명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보다 초기 건설비용이 약 10~20% 증가하기 때문에 건설회사들은 양호등급 이상의 장수명 아파트 건설을 꺼려한다. 현재 장수명 주택에 주고 있는 인센티브의 폭을 과감하게 확대하여 장수명 아파트를 지어 파는 것이 기존의 벽식 아파트를 건설하여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를 보면서 ‘머지 않는 미래에 저것들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그 때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과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제 국민 누구나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음세대를 위해 장수명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다행히 LH가 임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장수명 아파트의 건설을 확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 관련학계, 언론, 시민단체들은 장수명 아파트의 보급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장수명 아파트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반 벽식 아파트보다 초기 건설비용이 높아 보급을 확산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수명 아파트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초기 건설원가를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이 절실하다.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비 확보가 필요하고, 건설업체, 관련학계, 연구원 등에 속한 전문가들은 장수명 아파트를 위한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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