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누구를 위하여 편의점은 새벽에 문을 여나
“새벽 2시가 넘으면 시간당 매출이 5만원도 안 나와요. 그마저도 절반이 담배 매출인데, 9%에 불과한 담배 마진을 본사와 나누고 카드 수수료를 지급하면 5%만 남아요.”

편의점을 4년째 운영 중인 서울 시내 편의점주 박모(41) 씨에게 ‘심야영업’은 골칫거리다. 새벽 2시를 기점으로 손님이 뚝 끊겨 수익이 줄어들지만, 쉽게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없다. 박 씨는 “본사에 야간 폐점을 요청할 경우 본사는 전기료, 수수료 등 각종 지원금 지급을 중단해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전기료는 한 달에 70만~80만원, 많게는 100만원 까지 나오는데 가맹 본사에 따라 30~100%까지 지원하던 금액을 온전히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점주 김모(56) 씨도 “편의점 포화, 최저임금 인상 등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점주들은 본사의 지원 하나하나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며 “일부 가맹 본사는 야간 폐점 시 계약에 따라 로열티를 5% 차감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점주와 본사의 수익배분율은 65대 35이지만, 이를 60대 40으로 바꾸는 식이다. 김 씨는 “심야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본사가 전기료, 이익비율, 장려금 등을 회수하는데 사실상 24시간 영업이 강제된 것 아니냐”며 “법대로 야간에 문 닫을 수 있는 점포가 거의 없다면 무슨 소용”이라며 하소연했다.

가맹사업법은 6개월 이상 심야시간대(오전 1~6시)에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점주가 본사에 요청해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앞으로 영업 단축이 허용되는 시간대가 오전 0~6시로 확대된다. 영업손실 발생 여부 판단 기준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된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얼마나 많은 점주들이 심야영업 중단을 신청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올해 1월 편의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점주 93%가 “심야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중 62%가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14년 심야영업 중단허용 제도가 도입된 후 심야 미영업 점포 비율은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점주들은 야간 폐점을 원하면서도, 본사에서 지원금을 축소하는 것을 우려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는 수익 배분 구조를 개선해야 심야 영업도 온전히 점주들의 자율에 맡길 수 있다. 현재 편의점 업체들은 24시간 영업시와 미영업시 수익률에 차등을 두고 있다. 똑같이 매출을 올려도 24시간 영업하는 점주는 19시간 영업하는 점주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복지제도인 영업지원금과 초기안정화제도 기준금도 24시간 영업을 할 경우와 하지 않을 경우 차이가 크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일부 편의점 업체의 경우 점주와 가맹 계약을 할때 ‘19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계약 조건이 불리해 대부분의 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24시간 운영을 택하고 있다”며 “야간 미영업 시 해당 시간에만 전기료를 지원하지 않는 방식이면 납득할 수 있지만, 수익 배분율을 깎고 전기료 지원을 아예 끊는 건 너무 가혹한 조치”라고 했다.

이미 ‘편의점 천국’으로 불려온 일본에서는 ‘편의점=24시간 영업’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훼미리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에 있는 일부 점포의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이전까지 오피스빌딩 내의 약 5%에 해당하는 점포를 제외하고 24시간 영업을 고수했지만, 인건비 상승과 매출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는 점포가 늘어나자 영업시간 단축을 결정했다.

전국 편의점 수가 4만개를 훌쩍 넘은 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편의점주들이 심야영업 중단을 원하면서도, 생계와 직결된 탓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본사의 눈치만 본다면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점주들은 가맹사업법에 따라 심야영업 중단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일차원적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점주들이 24시간 운영을 이어갈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수익 배분 구조를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 누구를 위해 편의점은 새벽에 문을 여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때다.

dod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