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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울지마요, 양재림 선수
[헤럴드경제 TAPAS(정선)=신동윤 기자]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마지막 알파인 스키 종목이 열린 18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 

이날 펼쳐진 여자 회전 시각장애ㆍ입식ㆍ좌식부문 경기의 수상자들이 시상대에 오르려던 그 순간, 경기복을 입고 헬멧을 쓴 채 관중석에서 슬로프를 바라보고 있는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 대한민국 대표선수 양재림 선수였죠. 

18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회전종목 경기 후 관중석에서 사진촬영을 하던 양재림 선수가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왼쪽 눈은 전맹, 오른쪽 눈은 
일반인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그녀. 잘 보이지 않았겠지만, 시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뒷 모습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는 듯 했어요. 함께 온 가족과 친구들도 양 선수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는 모습이었어요. 곧 자신이 출전했던 회전 시각장애 부문 수상자들이 호명되며 시상대로 향하기 시작하자 양 선수는 급히 관중석을 빠져 나갔죠. 뒤를 돌아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계단을 찾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보인 것은 눈물 한 줄기였어요.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레 내려가던 그녀는 이내 잠시 멈춰섰습니다. 그리고는 참았던 감정이 터져 오르는지 흐느껴 울기 시작했죠. 100m 남짓되는 관중석 계단을 완전히 내려가는 동안 양 선수는 이렇게 몇 번을 중간에 멈춰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양 선수를 뒤에서 지켜봐주는 가족의 모습도 TAPAS 기자에겐 너무나도 감동이었습니다. 흐느끼며 계단을 내려가는 양 선수와 일정한 간격을 지켜보며 양 선수의 가족은 뒤를 따랐죠. 양 선수가 감정을 충분히 풀 수 있도록 그저 멀리서만 바라보며 말이에요. 이를 지켜봤던 TAPAS 기자도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 경기가 시작되자 정숙을 요청하는 조직위 측의 안내 화면.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현장에서 직접 본 장애인 알파인스키 경기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양 선수가 출전한 시각장애 부문은 기자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가이드러너와 선수가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주고받는 음성에 전적으로 의지해 치르는 경기. 레이스 시작과 동시에 정숙을 부탁한다는 안내가 나오자 경기장과 관중석은 음소거를 한 듯 조용해졌죠. 경기에 조금이라도 방해될까 관중들은 서로 속삭이듯 대화를 이어갔죠. 

그 적막함 사이로 들리는 것은 선수들의 눈 제치는 소리. 그리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가이드러너와 선수의 음성 뿐이었습니다. 

1분 내외의 경기가 끝나고 선수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함과 동시에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선수들을 격려했고요. 특히, 경기를 끝마친 양재림-고운소리 조에겐 그 누구보다도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죠.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 경기의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양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수퍼대회전, 수퍼복합, 대회전, 회전 종목에 출전했고, 메달 획득을 목표로 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목표 달성은 실패하고 말았어요. 

특히 18일 열린 마지막 종목 회전은 양 선수의 주종목이기도 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습니다. 양 선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완주해 기쁘다면서도 성적이 아쉽다고도 했죠.

경기 후 관중석을 찾은 양재림 선수와 촬영을 하고 있는 관중들의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수고했어요.” “정말 잘했어요.” “그동안 고생했어요.” “화이팅!” 

   하지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패럴림픽에 도전하기 위해 그동안 쏟아온 땀과 노력이겠죠. 이런 사실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에 양 선수는 이날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관중석에 올라와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한 관중들만 수십명.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양 선수는 관중들의 촬영 부탁을 모두 들어줬죠. 환하게 웃으면서, 또 많은 감정이 밀려오는 듯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면서 말이죠.

양 선수의 가족과 친구들은 양 선수와 함께 촬영한 관중들에게 작은 선물도 나눠줬죠. 바로 양 선수가 직접 그린 그림을 넣은 예쁜 머그컵이었어요. 멀리까지 직접 와서 응원해줘서 고맙다고요. 

양재림 선수 가족과 친구들이 응원온 관중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나눠준 선물. 양재림 선수가 직접 그린 그림을 새겨넣은 머그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나오며 기자가 든 생각이 있었죠. 이는 이날 이 자리를 찾아주셨던 모든 관중분들도 마찬가지의 감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멋진 경기를 통해 감동을 안겨줘서 오히려 우리가 감사해요. 앞으로도 잊지않고 항상 응원할게요. 화이팅!’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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