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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CEO 후보군 육성 딴나라 얘기…무사안일에 ‘메스’
임기만료 직전 ‘번갯불에 콩구워 먹기’
외부 연계 없이 ‘그들만의 리그’ 전락


“최고경영자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이요? 외부로 알려지면 창피할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반장도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론 뽑지 않을 겁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CEO 교체 시기 때마다 금융권이 낙하산ㆍ코드인사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운영한 인재풀을 가동하고 내ㆍ외부평가와 경쟁을 거쳐 최적의 인물을 뽑는 건 그야말로 딴 나라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점검 결과’에선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돼 온 금융지주사 민낯의 일부를 가늠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금융지주사 9곳의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를 서면으로 점검ㆍ평가하고 이 중 3개사에 대해선 현장점검에 나섰다.

3년 전(2015년 4월~2016년 3월) 했던 지배구조 모범규준 이행실태 점검 때 지적했던 사항이 거의 고쳐지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대적 메스를 대기로 한 건 금융권이 자초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CEO 후보군 육성에 공을 들이는 금융지주사는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잠재적 CEO 후보군을 선정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데, 시늉도 내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경영승계절차는 평균적으로 현 CEO 임기만료 40일 전에 개시되는 걸로 조사됐다. 외국과 비교할 때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식이다. 그만큼 외부입김에 취약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ㆍ운영도 미흡했다. 이사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이사회 내 임원추천위원회ㆍ보수위원회 등에 문어발식 겸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개 금융지주사 총 30명의 감사위원이 평균 2.6개 위원을 겸직했다. 금감원은 이 때문에 독립적인 감사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외이사들은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금융지주사들은 분기당 약 한 차례 사외이사에게 경영정보를 제공하는데, 경영전략 같은 핵심 정보는 잘 알려주지 않았다. 이사회 의사록 작성도 허술하게 이뤄지는 걸로 조사돼 사외이사가 얼마나 견제와 비판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도 주주ㆍ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지 않았다. 사외이사 후보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최고경영자가 대부분 참여하는 걸로도 조사됐다. 사외이사 연임을 위해선 평가결과가 중요한데, 거의 모든 사외이사가 최고 평가등급을 받는 걸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드러난 지배구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고치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상시 감시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지배구조 부문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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