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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범강 “북한미술은 다 똑같다?…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조선화”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출간
6년간 아홉차례 평양방문…북한미술 현주소 담아
2018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참여
집체화ㆍ선비화 비롯 20여점 전시 예정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유럽 등 외국에선 북한미술은 다 똑같다고 합니다. 주제도 같고 방식도 같다는 거죠. 그러나 실제로 그곳에 가서 많은 작품을 보니 꼭 그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 북한미술을 소개하는 책이 출판됐다.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평앙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출간 기념회를 열고 “조선화는 북한의 동양화로, 수묵채색이 주를 이룬다. 북한 조선화 화가들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조선화는 우리것’이라는 자존감으로 조선화 특유의 기법을 탐구하고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책은 문범강 교수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모두 아홉차례 북한 평양을 방문해 기록한 북한미술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문교수는 평양의 만수대창작사, 백호창작사, 삼지연창작사, 중앙미술 창작사 등 주요 창작사를 방문했고 작가들을 직접 만나 작품 제작 현장을 살펴보고 인터뷰 했다고 밝혔다.

북한미술은 보통 소련 스탈린 통치 시절에 태동해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로 분류된다. 이 조류는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미술품을 제작해 주제가 한정적이고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문 교수는 이러한 통념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그는 “조선화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 중에서도 독특한 표현방법에 천착해 왔다”며 “특히 인간 내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과감한 붓 터치로 표현한 인물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번 출판에 이어 올 9월에 열리는 2018 광주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참여, 집체화ㆍ선비화를 비롯한 25점의 북한미술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2016년 아메리칸대학 미술관에서 열렸던 ‘조선 미술 전시’에 출품됐던 예도 예술 재단(이사장 문범강) 소유의작품과 중국 베이징에 나와있는 집체화가 전시 리스트에 올랐다. 집체화는 지도자 사망이나 국가적 토목공사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적게는 2명, 많게는 60명이 호흡을 함께하며 완성한 그림을 뜻한다. “이제는 우리사회가 이념에 대해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고 본다. 이념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집체화가 국내 최초로 4~5점 선보일 예정이다”는 문 교수는 “인물화, 선비화 등 북한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북한미술이 세계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위작’문제다. 문 교수도 이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위작에 대한 개념이 북한과 다른 체제의 사회가 다름을 알아야한다고 했다. “그림을 배껴 그리는 ‘모사’가 국가 공기관에서 진행된다. 국보급 작품이 해외에 나갈 상황이면 여러 화가들이 모사로 작품을 만들어내며, 이에 대해 작가들 조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즉 오리지널리티나 작품 고유성의 문제가 다른 사회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북한의 ‘모사작’은 복잡하고 특이하다”

그러나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오는 작품은 “진품만 올 것”이라고 했다. 국보급 작품이 아니기에 굳이 모사할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대구 출신으로 서강대학교 신문방속학과를 졸업한 문범강 교수는 북한미술 연구자이자 활동하는 현대미술작가며, 고(故) 천경자 화백의 둘째 사위이기도 하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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