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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AI스피커, 취향의 시대 열 수 있을까
이세돌9단이 알파고와 벌인 대국은 그간 관련업계에서나 관심을 갖고 있던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SF영화에서나 나오던 음성을 알아듣고 정보를 찾아주기도 하는 AI의 시대가 이제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걸 대중들은 느끼기 시작했고, 특히 이 기술이 만들어낼 미래 직업군의 변화는 학부모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AI의 시대에 대한 체감을 가장 가까이 느끼게 된 건 아무래도 최근 쏟아져 나오는 AI스피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음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 SKT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LG의 ‘씽큐 허브’, 네이버의 ‘프렌즈’ 등등 이제 AI스피커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마치 이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이들의 시장경쟁은 각종 할인 혜택과 기존 서비스에 끼워 팔기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갑자기 AI스피커 경쟁일까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스피커 하나를 집안에 들여놓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된다. 마치 과거 포털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초기화면을 선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각종 미끼 콘텐츠들을 담으려 경쟁을 벌였던 것처럼, 이제 향후 AI스피커는 바로 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초기화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AI스피커는 다른 가전들과의 연결도 쉽게 가능해 어찌 보면 한 가정의 모든 콘텐츠 창구를 그 해당 플랫폼이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니 거저 주더라도 각 가정에 자신들의 AI스피커를 세워두려 출혈경쟁도 불사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현재 AI스피커의 활용도는 대부분 ‘음성인식 음악서비스’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직접 사용자가 콘텐츠를 찾아서 플레이 버튼을 눌러야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달라는 주문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그 날의 기분이나 혹은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알아서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주는 큐레이션 기능은 사실 이 기술이 좀 더 축적되고 정교해지게 된다면 미래의 문화소비 패턴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이미 음원시장으로 바뀌면서 하루에도 새로운 노래들은 어마어마한 양으로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많은 노래들 중 자기가 원하는 곡을 선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특정 음악 서비스 채널을 통해 순위표나 장르별 구분 등을 참조해 노래를 선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순위표나 장르별 구분 등은 개인의 취향에 딱딱 맞아 떨어지기가 어렵다. 그저 대중들이 많이 듣는 음악을 주로 선별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금 마이너한 콘텐츠들이나 영세한 기획사나 1인 아티스트들의 곡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일 AI스피커가 그 개인의 취향을 상당부분 학습하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음악들을 추천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건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순위표형 음악소비와는 완전히 다른 취향소비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다양한 문화들에 모두 적용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보다 다양한 취향들이 소외되지 않고 소비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바로 이 AI스피커가 가능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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