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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절대,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할리우드 배우 게리 올드먼에게 생애 첫 오스카상을 안긴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지휘하기까지 고뇌를 담은 영화다. 올해 60세의 올드먼은 술잔과 시가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괴팍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 놀라운 용기와 결단력으로 영국을 구한 66세 처칠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가장 어두운 시대’를 이끌어 나간 처칠의 주변은 온통 암흑이다. 히틀러의 독일이 노르웨이 침공에 이어 프랑스까지 진격하며 바다 건너 영국을 위협한 때다. 강경파 처칠은 평화론자 네빌 체임벌린에게 총리직을 넘겨받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전시내각의 유화파들은 영국의 안전을 위해선 당장 히틀러와 협상하라고 압박한다. 가장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면은 이즈음 나온다. 고뇌에 빠진 처칠이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하철에 오른 장면이다. “영국이 히틀러와 타협하길 원하는가”라는 처칠의 물음에 지하철에 탄 시민들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단호히 외친다. “절대!” “절대로!” 이후 “우린 해변에서도 싸울 것이다. 들판에서도 거리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절대,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처칠의 유명한 의회 연설이 이어진다. 세계의 운명을 바꾸고, 영국인들에겐 ‘가장 멋진 시절’(Finest hour)로 기억되는 때의 이야기다.

남북이 다음달 3차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한 획기적인 합의를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도발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건부이기는 하나 사실상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으로 평가된다.

평창올림픽 기간 만난 외교부의 한 고위인사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 시기를 언제쯤으로 선택할 것같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북한은 지금 둘 중 하나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핵을 완성하기 전이라 협상력은 낮지만 미국의 제재도 아직은 견딜만 한 지금이 좋을지, 아니면 핵 무력을 완성해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미국의 제재 또한 최고조에 달할 향후 어느 시점이 좋을지.” 결국 북한은 전자를 택한 셈이다.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란 북한의 비핵화 전제 조건에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로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김정은이 처음으로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점, 미국과 북한을 대화 입구까지 끌고 나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메시지를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북한의 평화공세든, 미소외교든 ‘평창 구상’으로 시작된 대화 모멘텀은 본격 궤도에 올랐다. 다만 포기할 수 없는 한가지만은 기억해야 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이를 위해선 대북제재 또한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절대로 타협해선 안된다는 2차대전 당시 영국 국민들의 결연함을 우리도 갖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절대, 절대 굴복할 수 없는 것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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