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
새옷을 사입는다. 미용실에서 파마를 새로 한다. 내가 기분전환을 하는 방법들이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기분전환을 하는가.
인격체가 아닌 법인이 기분전환을 한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도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물들어온 김에 노 저으려고 등등의 많은 이유로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가장 눈에 띈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기분전환은 바로 새집, ‘신사옥’이다. 신사옥 건물 자체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위치’다.
#굿바이명동 #안쓴사람없는아모레퍼시픽
을지로와 명동을 중심으로 본사를 운영하던 기업들의 사옥이 명동일대를 떠나고 있다.
오늘 살펴볼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
라네즈, 마몽드, 아이오페, 헤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하우스, 미쟝센, 해피바스, 한율, 설화수, 리리코스, 프리메라, 에스쁘아, 려, 댄트롤 샴푸, 메디안 치약, 송염 치약, 오설록.
한국인이라면 태어나서 한번쯤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분명 써봤을 것이다. 생산하는 브랜드만 총 28개다. 화장품계의 절대강자로 떠오른 아모레퍼시픽의 점프엔 신사옥이라는 경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이용산 #한강대로100 #5200억원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12월 1일, 22층짜리 새집을 공개했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기존에 세들어 살고 있던 을지로에서 용산으로 옮겼다.(*이사 직후 일부 직원들이 새집증후군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4년전인 2014년 7월 새집을 짓겠노라 밝혔다.
짓는 데 들어간 돈만 5200억원이다. 기존에 구사옥이 있던 부지 그대로였으니 토지매입비용이 제외된 순수건축비용만 5200억원 수준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시공비용 |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과감히 지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그들이 ‘깜’이 됐기 때문이다.
2006년 ‘태평양㈜’에서 새롭게 탄생한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해 6월 상장했지만, 시가총액으로 대표되는 사세는 10년 가까이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발행주식수도 제자리였다.
#럭키2015년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류바람과 함께 아시아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K코스메틱의 대표주자로 성장한다. 기업가치는 매년 급등한다.
특히 신사옥 결정을 밝힌 2014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은 달리기 시작했다. 한 주당 100만원이 넘지 않던 주가가 2014년 연초에 그 선을 뚫었다. 100만원을 넘어 꾸준히 몸값을 올리던 아모레의 주가는 종국에 2015년 4월 30일, 한 주당 388만4000원을 기록하고 만다. 388만4000원이다.한 주당 400만원에 가까이에 이르자 ‘개미’들은 도저히 아모레 주식을 살래야 살 수가 없었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루프탑[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
이에 아모레는 주식 1주를 10주로 쪼개기로 결정한다. 584만5849주였던 아모레의 상장주식수는 하루만에 10배인 5845만8490주가 됐다. (얼마전에 삼성전자도 발표한 그 유명한 액면분할이다.)
액면분할로 주식이 가벼워지고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니 아모레의 기업가치도 더 치솟는다. 1996년에 94억원이었던 아모레의 수출액도 2016년 1조6968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이어갔다. 180배 가까이 늘었다. 그 와중에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더 쉬워지면서 시가총액은 탄력적으로 성장한다.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 |
아모레퍼시픽 부지 공시지가 |
이렇게 늘어난 총알로 신사옥의 축포를 쏘아올린 아모레.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 증가 그래프와 아모레퍼시픽의 사옥부지의 공시지가 증가 그래프는 그 궤를 같이 한다.(신사옥 부근인 용산 인근의 땅값, 집값도 물론 크게 올랐다.)
사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일명 싸드 폭탄을 직격으로 맞은 아모레의 2017년은 다소 암울했다. 하지만 싸드맞이(?) 신사옥 이전으로 기분전환 제대로 한 아모레의 2018년 한 해와 그 이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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