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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아보험‘출혈경쟁’…소비자에 독되나
소형보험사 시장에 메리츠 진출
DB·삼성·현대·KB 등도 가세
설계사수당 월납료 6배까지 올라
손해율 오르면 보험료 폭탄될수도


치아보험 시장을 차지하려는 대형 보험사의 출혈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판매 인센티브 격인 시책을 600% 이상 올리는가 하면, 감액기간을 축소해 보험금 지급 문턱을 낮추는 등 판매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득일 수 있지만, 향후 손해율 급등에 따른 보험료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11월 ‘메리츠 치아보험’을 선보인 이후 1월에는 DB손보와 삼성화재, 현대해상이, 이번 달에는 KB손보가 치아보험을 내놨다.

치아보험 마케팅 대전의 시작은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연말 신상품 출시와 함께 시책을 월납 보험료의 600%까지 올렸다. 시책비는 보험설계사가 신규 계약을 체결했을 받는 수수료 이외에 별도로 얹어주는 인센티브다. 메리츠화재는 시책 비용이 과도하다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400%로 낮췄지만, 공교롭게도 후발주자인 삼성ㆍ현대ㆍDBㆍKB 등은 메리츠의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이달 초에는 KB손보가 600%로 올렸고, 삼성과 현대, DB손보도 500%대의 시책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장 내용도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라이나생명이나 에이스손보 등 소형사 상품보다 확대됐다. 임플란트나 브릿지, 떼우기 등의 치료는 무제한 보장된다. 보장 금액(현대해상, 200만원)이나 기간(DB손보, 20년)도 확대됐다. 가입 연령(메리츠, 1~70세)도 넓어져 대부분의 연령대가 가입할 수 있고, 감액 기간(가입 후 치료비 50%만 보장받는 기간)이 줄어들기도(메리츠, 2년→1년) 했다.

이처럼 대형사들이 치아보험에 눈을 돌린 것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케어)’의 영향이 크다. 문재인케어가 본격화되면 치과치료 보험금 지급 부담률이 낮아져 지금보다 손해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또 그간 미끼상품이었단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낮춰야 하는 만큼 치아보험이 실손보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치과치료의 특성상 비급여 항목을 대폭 줄이기 쉽지 않아 실손만큼 보험료를 깎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IFRS17 시행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야 할 필요도 있다.

물론 당장 보험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보험 상품 시책비가 높아지면, 설계사들이 가입 독려 차원에서 초회보험료를 내줄 가능성이 있어 한 달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또 보장 내용이나 기간이 확대되고 보험금 지급 문턱이 낮아지면 고가의 치과 치료를 경제적 부담 없이 쉽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치아보험은 뿌리가 없는 치아에 대한 임플란트는 보장하지 않고 있지만, 설계사들은 5년 이내 발치 기록만 고지하도록 해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또 무제한 보장, 감액기간 축소 등은 보험사들의 손해율 급등으로 이어져 보험금 폭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치아보험 시장이 활성화된 지 몇 년 안된데다 부담보기간 설정되는 등 아직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 따라서 보험사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보험료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 과거 암보험이 높아진 발병률과 진단율로 손해율이 급등하자 수년간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초기 치아보험 시장은 소형 보험사의 틈새시장 공략 상품이 주도하다 보니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기 어렵다”라며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2014년 이후이고, 2년의 부담보 기간이 있어 데이터 축적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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