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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날 세뱃돈 고민①] “조카야, 삼촌 대출부터 갚을게”…초년생들의 한숨
-독립도 힘든 초년생들 “세뱃돈도 부담돼요”
-“조카 또 언제 보겠어” 인심 더 쓰는 경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조카야, 나도 아직 학자금대출을 다 갚지 못했어.”

지난해 처음 직장에 들어간 직장인 김명수(30) 씨는 오랫동안 취업을 못해 명절을 피해오다 이번 설 연휴에는 고향인 전남 여수로 내려가기로 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친척들을 오랫동안 못 봐온데다 이번에 취업에 성공하면서 김 씨는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친척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했다.

그러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들 세뱃돈 얘기가 나오면서 김 씨는 고민에 빠졌다. 비슷한 나이대의 조카가 넷이나 되는데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부모님이 먼저 세뱃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왔다. 김 씨는 ”부모님이 ‘이제 취업도 했는데 조카들 세뱃돈은 삼촌이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는데, 나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액수를 얼마로 해야 할지 먼저 물어볼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처럼 막상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명절 세뱃돈 문제는 꽤 성가시다. 괜히 적은 액수를 줬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당분간 세뱃돈은 없다’고 말했다가 친척들로부터 눈치를 받는 경우도 있다.

[헤럴드경제DB]

김 씨도 처음에는 세뱃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형과 누나로부터 받은 용돈 생각이 나자 세뱃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김 씨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만원짜리 한 장만 주면 오히려 ‘왜 이렇게 적냐’고 대놓고 말한다는 얘기도 직장 동료에게 들었다”며 “나도 스무 살이 넘어서까지 세뱃돈을 받았는데, 무리를 하더라도 조금 베풀어야 하는 것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35) 씨는 조카들에게 지난해보다 세뱃돈 액수를 올려서 주기로 했다. 가족 모임 자리가 점차 없어지면서 조카들 생일도 안 챙겨줬다는 생각에 명절만큼은 확실하게 챙겨주겠다는 생각이다. 한 씨는 “어른들도 ‘어차피 세뱃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 언젠가는 받게 된다’며 세뱃돈 잘 주라는 얘기를 했다”며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명절 외에는 볼 일이 잘 없는 조카들이라 돈을 더 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않다. 세뱃돈 자체에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로 직장 2년차인 이모(25ㆍ여) 씨는 “세뱃돈도 형식적인 과정으로 바뀐 지 오래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친하지 않은 친척들에게 많은 돈을 쓰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도 부담이 되는데 괜한 눈치까지 주는 것 같아 더 반감만 든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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