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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연휴 알차게 건강 챙기기 ②] 당뇨병 환자, 슬기로운 겨울 대처법 따로 있다
-당뇨발 막기 위해 미지근한 온수로 발 꼼꼼히 씻어야

-숨 차거나 하면 원인 밝혀 심ㆍ뇌혈관 질환 예방해야

-감기ㆍ독감ㆍ호흡기 질환 등 약물, 혈당 올릴수 있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서글서글한 성격을 지닌 회사원 허모(54) 씨는 당뇨병 치료를 수년간 받아 왔다. 그러다 올 겨울이 되면서 갑자기 혈압이 높아졌다. 눈이 오면서 미끄러워진 등산로 탓에 허 씨는 좋아하던 등산을 겨울 동안 쉬고 있다. 각종 송년회ㆍ신년회로 거절하지 못하는 모임도 잦아졌다. 술과 음식을 많이 먹게 된 나머지 체중도 평소보다 3㎏이나 늘었다. 의사는 그에게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고 운동하라”며 “음주량과 식사량도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당뇨 환자는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날씨 자체가 혈당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절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생활 습관의 변화가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겨울에 유행하거나 악화되기 쉬운 질환 독감, 감기, 설사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뇨 환자는 춥다고 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실내에서 즐기는 간식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의 급작스런 악화 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은 혈당을 올리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복용할 경우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어 자가 혈당 측정을 평소보다 자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공=인제대 상계백병원]

▶“겨울철 ‘간식 습관화’, 당뇨 환자에게 복병”=겨울철 당뇨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추위로 인한 운동 부족 때문이다. 춥고 미끄러운 길에 운동 삼아 나섰다가 다치게 되면 더 큰 낭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 조절이 잘 되던 환자가 단지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이 걱정할 정도의 혈당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뇨 환자는 평소의 운동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평소 운동이 습관화됐던 환자라면 실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유지할 수 있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소장(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을 진료하는 의사의 관심은 운동 부족을 포함해 환자의 전반적인 생활이 흔들리는 것이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혈당 상승의 주범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간식의 습관화’라는 복병”이라며 “겨울에는 실내에서도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당뇨 환자는 발의 땀 분비가 줄어들기 쉽다. 또 겨울에 건조해진 피부는 당뇨 환자의 발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균이 침투하고, 발의 감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당뇨 환자는 발 상처의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작은 상처가 ‘아차’하다 하루 이틀 사이에 눈덩이처럼 커져 돌이킬 수 없는 신체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미지근한 물로 발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어 주고, 보습에 신경 쓰면서 매일 발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설사 나더라도 당뇨약 끊지 말아야=올 겨울 유달리 기승을 부리는 감기와 독감도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하는 주범이다. 이에 대해 고 소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혈당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데다, 감기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까지 혈당을 올리기 쉽다”며 “흔히 사용하는 시럽 형태의 감기약, 기침약은 원래 효능 자체가 혈당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감기로 진료를 받을 경우 반드시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휴식, 외출 후 손 씻기, 고른 영양 섭취 같은 감기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겨울이 오기 전 상당 부분 예방 효과가 있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을 미리 챙겨서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설사 질환 극복도 당뇨 환자에게 숙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설사를 하고 입맛이 떨어지면 당뇨병 약제를 중단하기 쉽다. 그러나 몸의 상태가 나빠지면 섭취량이 줄더라도 혈당은 저절로 높아지기 쉽다. 이때 약물 중단으로 인한 고혈당과 섭취량이 줄면서 나타날 수 있는 탈수 현상이 겹치면 단시간에 혈당이 심하게 올라 고혈당성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기존 당뇨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섭취량을 줄이면 저혈당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설사를 포함한 위장관 질환이 나타날 경우 기존 약물을 그대로 복용하면서 부드럽고 자극이 적은 죽이나 미음을 섭취하고, 평소보다 자가 혈당을 자주 측정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은 추운 날씨에 위험도가 커지는 심근경색증, 뇌혈관 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다. 고 소장은 “당뇨 환자는 전형적인 증상인 흉통 없이도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는 합병증의 한 가지로 나타날 수 있는 뇌신경 마비 증상도 뇌졸중과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동반된 환자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세 가지 지표를 모두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이유 없이 숨이 차다거나 중풍 유사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의 급작스런 악화 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은 혈당을 올리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이에 대해 고 소장은 “필요한 경우 적정 용량을 적정 기간 동안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이 경우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어 자가 혈당 측정을 평소보다 자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혈당 상승의 정도가 너무 심하면 스테로이드 약물 사용량에 맞추어 당뇨병 약물의 한시적인 증량도 고려할 수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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