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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은행 키운다” 공언하더니… 금융지주 은행 의존도‘여전’
그룹내 은행 비중 56~93%
비은행 수익기여 되레 줄어

국내 금융지주사들마다 비은행 분야를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실적에 비춰보면 공언(空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에서 엄청난 배당금을 가져가도 비은행 부문의 발전이 없는 셈이다.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45%에서 지난해 66%로 껑충 뛰었다. 그룹 전체의 실적이 2조1437억원에서 3조3119억원으로 54.5%증가하는 사이, 은행 실적은 9643억원에서 2조1750억원으로 더 크게(125.6%) 뛰었다.

우리은행도 전체 순익 중 은행 비중이 지난 2016년 90%에서 지난해 93%로 다소 늘었다. 1년새 늘어난 그룹 순익 2500억 중 대부분을 은행이 담당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그룹 순익이 1조3305억원에서 지난해 2조368억원으로 53.1% 증가하는 동안 은행 순익은 1조3727억원에서 2조1035억원으로 53.2% 늘었다. 은행의 기여도가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순익 중 은행의 비중이 2016년 35%에서 지난해 79%로 수직상승했다. 농협은 지난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데 주력, ‘새는 돈’을 틀어막으면서 은행 실적이 1년새 486.9%나 늘었다. 그룹 순익 증가율 167.9%을 압도하는 수치다.

은행 의존도가 줄어든 곳은 신한금융지주 뿐이었다. 신한의 은행 의존도는 2016년 65%에서 지난해 56%로 줄었는데 이는 은행 순익 감소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은행에서 700명이나 명예퇴직을 진행하면서 280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지주사들은 지난해부터 비은행 계열사 키우기를 당면 과제로 꼽아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임 확정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명보험 쪽을 더 보강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췄고,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새해 경영계획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지난해 취임 기자회견에서부터 “종합금융사로 거듭나려면 비은행쪽을 키워야 한다”고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 의지를 보였다.

이런 공언과 달리 은행의존도가 높아진 데에는 은행들이 지난해 ‘이자 장사’를 워낙 잘했던 여건과 더불어 굵직한 인수합병이 많지 않았던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들이 올린 순이자수익만 해도 26조원에 달한다. 은행 중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진 곳이 없을 정도였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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