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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부장검사가 성추행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검찰 현실
현직 부장검사가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최근 발족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제보를 받아 수도권 지청 김모 부장검사를 소환조사하던 중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일 드러나는 검찰의 부끄러운 모습이 마치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껍질과 같다.

충격적인 현직 부장검사 긴급체포 과정을 보면 검찰내 성범죄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사실 은폐가 횡행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진상조사단은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사건과 별개로 조직내 성폭력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8일부터 e메일로 피해사례 신고를 받고 있다. 그런데 고지를 하자마자 피해 접수가 잇따르고, 김 부장검사의 범행 의혹을 포착한 것도 이를 통해서였다. 조사단은 앞으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아예 전용 상설 게시판을 만들어 신고를 받고, 조사단 인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사 사례가 상당히 더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김 부장검사를 긴급체포했다는 사실이다. 통상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어 법원의 영장청구를 기다리기 어려울 때 취하는 조치가 긴급체포다. 그런데도 신분이 확실한 현직 검사에게 적용한 것은 도주보다는 증거 인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인 셈이다. 남성중심적인 검찰 문화 행태로 미뤄 그럴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개인의 일탈보다 이같은 조직 문화에 국민들은 더 분노하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서 검사 폭로와 관련,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소환 날짜를 곧 통보하기로 하는 등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러난 의혹을 밝혀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조직내 성범죄 피해자들의 호소가 왜 번번히 묵살됐는지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다. 서 검사 경우만 해도 수 차례 피해 사실을 알렸고, 법무부 장관에게 메일을 보내고 검찰과장 면담까지 했다. 하지만 이뤄진 조치는 하나 없었다. 그런 은폐적인 검찰문화 쇄신 계기를 만드는 게 진상조사단의 역할이고, 국민들이 거는 기대다.

검찰 문화가 최근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근본이 변했다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 스스로 뼈를 깎는 각오와 통렬한 자성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떠밀리듯 마지못해 시늉만 내는 혁신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검찰은 사안의 엄중함을 거듭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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