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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빽’없는 자의 슬픔

  • 기사입력 2018-02-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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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일이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갔을때 얘기다. 일주일간 와인 체험을 했다. 와인을 재배하는 법, 숙성시키는 법, 포도 당분을 측정하는 법 등을 배웠다. 아주 유명한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와인 메이커는 와인과 와인산업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브리핑했다. 여성이었는데, 정말 똑똑했다. 와인 척척박사였다. 사람을 잡아당기는 묘한 매력도 있었다. 동석한 와이너리 사장에게 살짝 물었다. “와인 메이커 훌륭한데, 어느 대학을 나왔나요? 뭘 전공하기에 와인산업에도 모르는 게 없죠?”

질문을 받았을때의 그 사장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한심하다는 듯, 아니 경멸하는 듯한 그 눈빛.

“우리 와인 메이커는 나파밸리 최고의 능력자 입니다. 와인 만드는데 최고예요. 그럼 됐지, 어느 학교 나오고 뭘 전공했는지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우리 와인 메이커가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거지요.”

그때 알았다. 나파밸리 와이너리에 입사를 할때 이력서를 쓰는데, 그곳엔 학력란이 없다는 것을. 다만 경력만 있을 뿐이다. 어디 어디 와이너리를 거쳤으며, 어떤 와인을 만들었으며, 그 와인이 어떤 명성을 얻었는지 그 경력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와인 메이커를 뽑을때의 잣대는 와인을 만드는 능력 자체지, 학벌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능력으로 승부하는 세상,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그 세상이 나파밸리에 있었던 것이다.

금융권 채용 비리로 세상이 떠들석하다. 떠들석하다 못해, 일부에선 분노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입 행원 공채에서 스카이(SKYㆍ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조작했단다. 스카이 출신지원자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비(非)스카이 출신을 줄줄이 떨어뜨렸단다. 이 과정에서 최종합격자 안정권이었던 한양대, 가톨릭대, 동국대, 명지대, 숭실대, 건국대 출신 지원자들은 줄줄이 탈락했단다. 이 뿐이랴. 은행장이나 사외이사, 임원 등 ‘VIP 리스트’를 만들어 그들의 자녀 등이 입사할 수 있도록 각종 특혜를 줬단다.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그게 사실이면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절망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이는 중대한 집단범죄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한탄조로 자주 등장했던 말이 “학벌 없고 빽(뒷배경) 없는 사람은 서럽다”는 것이었다. 학벌과 빽이 사회 네크워크 곳곳에 작동하고, 그게 없는 사람은 소외를 받다보니 그런 말까지 나온 것이다.

이번 채용비리가 사실이라면 금융권의 추악한 얼굴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수년전부터 금융권은 학력사회 타파를 위해 고졸 채용을 늘리고, 사람 자체만 보는 블라인드 면접을 강화하고 있다고 공언해왔다. 학맥ㆍ인맥사회가 아닌 능력위주 사회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학벌, 집안 보다는 능력이 먼저라고 믿고 오늘도 하루를 당당히 사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괜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언제까지 학벌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슬퍼야 하는가.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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