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선 달라지는 한반도에 뿌리 내릴 아열대 작물의 시범 재배에 한창이다.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작물을 개발해 ‘기회요인’으로 삼기 위해서다.
한반도의 기온 상승 추이는 상당하다. 하지만 달라진 기후로 인한 긍정적 변화도 있다. 문 연구관은 “새로운 작물이 유입되고 일부 과일과 채소의 재배적지가 확대된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5대 채소(배추, 무, 고추. 양파, 마늘) 중 봄가을 배추와 월동배추 재배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가을배추 생산량은 135만3000톤으로 2016년(112만 80000톤)보다 늘었다. 마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한지형 마늘을 재배해왔으나, 최근 난지형 마늘이 부쩍 늘고 있다.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 역시 남해안 일대로 재배한계선이 상승하고, 강원도 해안가까지 재배 가능지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열대 작물도 빠르게 정착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주요 열대과일 재배면적은 106.6㏊(1.066㎢)로 집계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7% 규모다. 재배면적과 농가수가 각각 전년(58㏊·174호)보다 83.7%, 51.7% 늘었다.
제주에선 특히 망고와 파파야의 재배가 활발하다. 문 연구관은 “아직은 틈새시장이지만 아열대 과수의 재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비쳤다.
올리브의 노지 재배 성공은 ‘청신호’다. 문 연구관은 “가온 재배는 경영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지 재배를 통해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확실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생산성과 수익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해전 영하 7℃까지 떨어진 북극 한파에도 올리브 나무는 건재했다.
다만 최근의 한파를 겪으며 파파야는 피해를 입고 있다. 폭염과 혹한을 오가는 이상기후는 신(新)소득 작물 재배 농가와 육지로 북상한 월동채소 재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 연구관은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강원도엔 사과 재배가 늘었지만 겨울철 얼어붙는 피해가 발생했으며, 몇 해전 서귀포엔 이상기후로 귤 농사 피해 사례도 나왔다”며 “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은 오르고 있지만 폭염과 혹한을 오가는 이상 기상은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