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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왜 쿠라가 인간을 만들었을까?
근심의 신 쿠라가 흙으로 인간의 모형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근사하여 제우스에게 영혼을 부탁했다. 제우스가 숨을 불어넣었더니 인간이 살아 움직였고 제우스는 갑자기 인간이 갖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숨을 불어 넣었으니 자신의 것이라고 우겼다. 쿠라는 펄쩍 뛰었다. 자신이 만든 것이니 절대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침 곁에 있던 흙의 신 호무스는 흙으로 만들었으니 자신의 것이라며 숟가락을 얹었다. 결국 실랑이가 벌어졌고 분쟁이 커졌다. 그들은 현자로 알려진 사티로스를 찾아갔다. 사티로스는 형상은 흙에서 온 것이니 죽은 뒤 호무스가 갖고 영혼은 제우스가 주었으니 마음을 갖고, 쿠라는 직접 만들었으니 죽기 전까지만 가지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인간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고 살아서는 신을 찾으며 죽기 전까지 근심 걱정 속에서 살게 된 것이다.

우리의 비극적 삶은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레노스에게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가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최고 행복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빨리 죽는 것이 그 다음 행복이다”라고 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혼인 건수는 28만 건. 출생아 수는 41만 명. 혼인율, 출산율 모두 사상 최저였다. 연간 30만 건대를 유지해 온 혼인 건수는 지난해 26만 건대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동안 80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혼밥을 가장 많이 하는 계층이 초등학생들이라고 한다. 학원 때문에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혼밥으로 점심과 저녁을 대신한다고 한다. 대학생보다도 학습시간이 많다니 과연 괜찮을까 싶다.

태어난 지 백일도 안 된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맡겨진다. 베이비시터에서부터 조부모 형제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자란다. 이래도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청년실업 100만 시대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7년 11월 청년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포세대에서 오포, 칠포 세대까지 왔다.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대인관계,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것이다.

노인들은 육십 이후의 삶이 두렵다. 손자 손녀의 양육을 맡아야 할지도 모르고 그나마 노후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출산율, 인구고령화, 청년실업, 교육에 이르기까지 어떤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그 수많은 신들 중에 쿠라가 인간을 만들었을까? 정말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산다는 건 불가능할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를 하석상대(下石上臺)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그 때문인지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주자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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