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기회 삼아
코나·신형 싼타페 등 SUV라인업 강화
상품·디자인·조직 경쟁력 강화 계기로그래픽
작년 한 해 미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은 현대ㆍ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강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위기 정면돌파에 나선다. 그간 쌓아온 저력이 충분한 만큼 지난해 부진을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큰 두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큰 부진을 겪었다.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10% 가량 줄었고, 중국에서는 35% 가까이 급감했다. 감소 폭은 중국 쪽이 훨씬 더 컸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부진이 더 뼈아픈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간 미국시장 내 판매량 및 점유율 추이를 들여다보면 잠깐 숨을 고르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할 만한 저력과 기초체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 부진, 모든 측면 경쟁력 강화하는 좋은 계기 됐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ㆍ가전 박람회 CES 2018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부진을 두고 “굉장히 심각했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되돌아보고 상품과 디자인, 조직 등 모든 측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평가했다.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심감에 기반한 표현이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진출 이래 누적 판매대수 200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 1985년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현지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설립하고 이듬해 엑셀 수출을 시작한 이래 작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차량은 1891만3440대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현대ㆍ기아라는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오랜 기간 인정을 받고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다.
비록 지난해 부진 속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2011년 이후 연 판매량이 100만대 밑으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점유율 역시 지난해 7.4%로 떨어졌지만 2001년 3.3%에서 2009년 7.1%, 2011년 8.9%대로 급등한 이래 10년 가까이 7% 이하로 내려앉은 일이 없다.
지난해도 점유율 7위 자리를 4년 연속 지켰다. 닛산ㆍ미쓰비시를 제치고 6위까지 올랐던 2011~2013년 기세에는 못 미치지만 판매량과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안정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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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
▶코나ㆍ신형 싼타페 등 ‘SUV 라인업 강화’ 신차 줄줄이 등판 예정=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올해부터 SUV 라인업 강화가 속속 시작된다.
올 상반기 코나, 하반기 신형 싼타페가 각각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1회 충전에 39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코나 전기차(EV)와 1회 충전으로 600㎞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수소차 넥쏘(NEXO) 등 친환경 SUV 2개 차종도 올해 미국 데뷔를 앞두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부진이 SUV 열풍에 따른 측면이 컸던 만큼 SUV 라인업이 강화되면 성적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쏘나타 등 승용차들은 극심한 부진을 앓았지만 싼타페와 투싼 등 SUV는 각각 5년 연속, 4년 연속 판매량이 증가를 보인 바 있다. 특히 투싼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10만대 클럽’에 가입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현대ㆍ기아차의 ‘전공과목’인 세단은 고급차 중심으로 신차가 투입된다. 일단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제네시스 G70이 올 상반기 미국에 상륙하고, 지난해 말 등판한 스팅어는 ‘북미 올해의 차’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 속에 본격적인 판매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는 현대ㆍ기아차가 올해부터 도입할 ‘권역별 자율 경영체제’와 다양한 공격적인 마케팅 계획들도 두 회사의 반등을 돕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