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철학도 미래비전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신뢰도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바닥에 떨어졌다. 민감한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불쑥 던졌다가 여론이 나빠지면 다시 거둬들이는 일이 너무 잦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을 내놓은지 한 달도 안돼 원점으로 되돌렸다. 당초 3월 신학기부터 적용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일단 내년으로 시행을 미룬 것이다. 말이 시행 연기지 사실상 백지화된거나 다름없다. 아무 소득없이 공연히 교육 현장의 혼란만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교육부를 믿고 2세 교육을 계속 맡겨야 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는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사안이었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수업이 금지됐으니 유치원에도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는 게 교육부 논리다. 그리고 기계적 시행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현장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탁상공론적 발상이었다. 정부 입장이 나오자 해당 학부모들은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비싼 영어 사교육을 시켜야 하느냐”며 거세게 성토하고 나섰다. 방과후 과정에서 영어학습을 시키면 3만원만 들이면 되는데 사교육으로 가면 수십만원을 부담해야 할 판이니 뿔이 날만도 했다. 그렇게되면 계층별 격차가 더 벌어져 사회적 불만과 갈등은 더 커질수도 있다.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 정책 보류를 권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결국 교육부도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고 실토했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얘기로 교육부가 백기를 든 셈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설익은 교육 정책을 불쑥 내놨다 수요자 반발에 밀려 시행을 미루는 일이 현정부 들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만 해도 그렇다. 지난 8월 개편안 발표때 절대평가 영역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로 시행을 미루며 후퇴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 역시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는 선에서 카드를 접었다. 지난해 말에는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를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다른 분야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교육 정책은 시행에 앞서 더 정교하게 준비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정책이라도 준비가 부족하면 교육 현장은 그 때마다 부작용과 혼란이 일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우는 자세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데도 혼선이 계속되는 것은 미래 비전과 철학이 없다는 증거다. 교육을 정치 이념 구현의 수단으로 삼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