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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입 닫은 중기 단체장들, 할말 못하는 간담회 왜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소ㆍ벤처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벌인 만찬 간담회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업계 애로사항을 듣자는 간담회가 협조요청을 듣는 자리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를 대표하는 6명의 관련 단체장들이 최대 이슈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제대로 거론하지도 않은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장의 어려움은 모두 개인 대표들의 발언을 통해 전달됐을 뿐이다. 단체장들이 할말을 못한건지 안한건지, 그럴려면 간담회는 왜 하는 건지 도통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동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대해 현장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며 제도적 보완을 강하게 요구해 온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한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참석 인사들중 누가 뭐래도 가장 비중이 큰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그 역할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참석자 대표로 인사말을 한 박 회장이 기껏 정부에 요구한 것은 “중국 등 경쟁국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를 개혁해 중소기업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해 달라 ”는 것 뿐이었다. 지난 연말까지만해도 “영세 중소기업은 지금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별다른 인력수급 대책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박 회장이다. 그랬던 그가 정작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니 국회, 정부와 함께 중소기업계가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해 연착륙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대표인지 정부 대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너무도 손쉽게 하고 싶은 말만 강조할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금융실명제, 주 40시간 근무제, 고용보험제도처럼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던 정책들에는 늘 우려와 논란이 따랐지만 결국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고 국민들의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역시 양극화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께 도움이 될테니 빠른 시일 안에 안착될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정책의 변화 여지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중소ㆍ영세 상인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할 더없이 좋은 기회를 단박에 날려버렸고 단체장들은 이제 반대는 커녕 ‘최저임금 안착 전도사’가 되어야 할 판이다.

세상에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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