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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올림픽 정신과 배치되는 남북단일팀 구성은 안될 말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매우 높은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에 제안한 바 있고,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도 얼마전 이를 확인했다. 북측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13일 “IOC에서 여자 단일팀 구성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국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쯤이면 물밑 접촉을 통해 남북이 ‘단일팀 구성’에 어느 정도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 IOC도 전향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IOC회원국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인류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살리고 나아가 우리가 희망하는 ‘평창대회 성공’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실제 큰 국제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참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와 같은해 U-20 월드컵 본선 대회가 그랬다.

하지만 평창 여자아이스하키의 경우는 그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단일팀 구성 자체가 ‘공정한 경쟁’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과 맞지 않는다. 탁구와 축구는 당시 남북이 모두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으며 경기력도 대등한 상태였다. 그런데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이번 평창 올림픽 출전 자격 자체가 없다. 경기력도 한국 대표팀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그러니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우리 팀에 북한이 일부 합류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올림픽 출전을 위해 4년간 땀을 흘려온 선수 중 일부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물러나야 한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인생의 전부나 다름이 없다. 올림픽 성공과 남북 관계 개선도 좋지만 누구도 이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그것이 정치적 이유라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최종 엔트리(22명)에 북한 선수들이 추가되는 방안을 IOC와 협의하고 있다지만 이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개최국이라도 다른 나라는 22명이 뛰는데 우리만 30명이 출전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만에 하나 이를 용인한다면 IOC 역시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북한 올림픽 참가의 참 뜻을 살릴 수 있다. 선수단이 공동으로 입장하고, 남북이 함께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평창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무리한 단일팀 추진은 그나마 어렵사리 성사된 북한의 평창행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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