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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장종수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반복되는 타워크레인 사고…배 아픈데 빨간 약을?
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인명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문제는 정부 대책이 시행된다고 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1월16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하에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타워크레인 사용연한 20년 조건부 제한, 10년 이상 타워크레인 정밀검사 의무화, 허위 연식등록 방지 위한 요건 강화, 타워크레인 작업감독자 선임 의무화, 작업자 안전수칙 교육 의무화,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가기술자격제도 도입, 장비결함 발생 시나 안전조치 미준수 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 대책을 보면 타워크레인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장비 노후화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조사ㆍ집계한 실제 사고 원인과 다르다. 최근 5년 간 타워크레인 인명 사고의 74%는 안전수칙 미 준수, 나머지 26%가 기계적 결함이었다. 기계적 결함이라 지칭하지만 장비 노후화가 아닌, 가동부 소모품 이상이거나 설치ㆍ해체 과정에서의 체결 결함에 따른 것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여태까지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 가운데 장비 노후화에 따른 사고는 단 한 건도 없다.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최근 용인과 평택 사고도 마찬가지다. 합동감식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이들 사고도 공히 공사현장에서 반복되는 인재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중 평택사고는 확실한 인재에 기인한 것이다.

결국 타워크레인 사고의 핵심 원인은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무시하거나, 비숙련자가 장비를 다룬다는 데에 있다. 오늘도 하청과 재하청으로 연결되는 건설 현장에서는 ‘빨리’, ‘대충’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타워크레인 작업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타워크레인은 덩치가 큰 건설장비 임에도 상당히 정교하게 다뤄져야 할 장비다. 각 부분의 명칭도 많고 지켜야할 매뉴얼도 다양하다.

이러한 장비를 설치ㆍ해체하는데 투입되는 교육은 고작 36시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현장실습은 단지 6시간뿐이다. 안전을 포함한 기술교육이 부족하면 매너리즘과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작업현장에서 벌어지는 매너리즘과 실수를 시스템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한 타워크레인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다. 작업 현장에 만연해 있는 매너리즘과 실수를 통제하는 일차적 처방은 제대로 된 기술을 교육시키는 데에 있다. 장비의 특성과 장비의 설치와 해체 그리고 운영 매뉴얼에 따라 기술 인력들을 충실하게 교육시켜야 한다. 현장에서의 안전교육과 안전관리는 그 다음 얘기다. 자동차 시동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운전자에게 교통법규와 안전운전만 강조해 봐야 교통사고를 줄이지 못한다. 정부는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을 왜 간과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반문해 봐야 한다.

정부는 뒤늦게 국가기술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문가 교육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이조차 신뢰하기 어렵다. 어디서 어떻게 타워크레인 설치와 해체 그리고 운용에 관한 현장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진짜 전문가가 운영하는 민간에 기술교육을 위탁하는 편이 낫다.

인재에서 비롯됐음이 명확한 사고 원인을 애써 외면하고 장비 노후화로 책임을 돌리려는 정부의 몸부림도 애처롭다. 그렇기에 노후장비를 교체하겠다는 대책도 현실을 외면한 부실 대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용연한 20년 조건부 제한이 시행되면 아마 제조사가 20년 수명에 맞춘 장비를 생산해 낼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이 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현장 근로자가 받게 된다. 타워크레인 관련 관리ㆍ감독을 수행해온 누군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 정치권이라도 나서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배가 아픈데 빨간 약을 아무리 발라봐야 낫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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