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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엉터리 소방안전점검, 이번 기회에 확 뜯어고쳐야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두 말이 필요없는 인재(人災)의 전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건물인데도 기본적인 소방 안전 법규는 지켜지지 않았다. 불법주차 때문에 소방차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는 고질병도 여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가치는 ‘안전’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구시대의 불법과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는 결별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결국 달라진 건 하나 없다는 걸 제천 참사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방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 종합세트라고 일제히 입을 모은다. 창고로 전락한 비상구, 아예 잠궈버린 스프링쿨러, 소방 안전을 무시한 건물 개조 등 일일이 헤아리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소방 안전 점검만 제대로 했어도 얼마든지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소방법 위반 투성인채로 버젓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현행 소방안전 점검제도 자체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스포츠센터의 경우 지난해 7월 소방점검을 받았지만 결과는 매우 양호했다. 소화기 압력조정과 휴대용 비상등 교체 정도의 사소한 지적 2건에 불과했다. 건물주 아들이 소방안전관리 자격을 딴 뒤 셀프 점검을 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건물 주인이 바뀐 뒤 지난달 실시한 소방점에게서는 무려 67건의 지적이 제기됐다. 화재감지기와 경보기, 스프링쿨러 등 방화시설 대부분이 불량이거나 고장이 난 상태였다. 1년 여 사이에 소방설비 대부분이 고장이 날 수는 없다. 그동안 소방 안전 점검을 엉터리로 해 왔고, 소방 당국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예산과 인력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외주로 진행되는 다른 시설물 소방안전 점검도 신뢰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건물주와 협의해 적당히 넘어가기 일쑤고, 그나마 관리사 없이 보조인력으로 점검에 나서는 일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건물주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점검도 적지않다니 제대로 된 점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천 화재 합동조사단이 25일부터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철저한 조사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소방안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방안전 점검 시스템의 전면적인 손질이 화급해 보인다. 이를 신속히 법제화하기 위한 국회의 협조는 필수다. 소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소는 계속 없어진다. 세월호와 제천 화재같은 참사를 더는 반복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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