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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 서비스 순항]국내로 확산된 '성배전쟁', 공룡 등에 업고 장기흥행체제 구축


- '스토리 수집' 콘셉트 통해 고정 팬덤 확보
- 운영 현지화로 '글로벌 퍼블리셔' 역할 제시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국내 '페이트'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원작 속 대사 한 마디가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가 11월 21일 출시한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MMORPG가 지배하는 국내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출시 초반 구글플레이 매출 3위에 올라 '리니지' 형제들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현재도 10위권대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흥행세는 스토리를 수집한다는 특유의 콘셉트가 원작 팬들의 '덕심'을 자극한 결과로 평가된다. 충성도 높은 '페이트' 팬들이 원하는 부분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것이다. 동시에 원작을 모르는 이들도 게임을 통해 쉽게 스토리에 몰입하도록 함으로써 단순 서브컬처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사례는 넷마블이 가진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운영 현지화 권한을 따냈고, 그 결과물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IㆍP가 가진 강력한 파워와 넷마블의 검증된 사업 역량을 통해 흥행 장기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일본 게임 브랜드 타입문(TYPE-MOON)이 게임 개발에 참여한 스토리 수집형 RPG다. 2015년 7월 30일 일본 서비스 개시 이후 일본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그 해 5월 대만ㆍ홍콩ㆍ마카오 버전을, 올해 5월 북미 버전을 출시했다.

'덕심'을 잡아라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스토리를 수집하는 RPG'다. 타입문의 타케우치 타카시와 나스 키노코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이 제작에 참가했으며, 60명 이상의 유명 일본 성우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메인 스토리와 함께 각 서번트의 고유한 스토리가 존재하며, 라이트 노벨 5권 분량에 육박하는 시나리오를 감상할 수 있다.
이 같은 콘셉트는 '페이트'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이미 국내 출시 전부터 이들은 일본 등 해외 버전을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해 왔을 정도다. 그들 사이에서는 '일그오(일본)', '중그오(중국)', '미그오(북미)' 등 국가별 버전에 따른 명칭까지 부여됐다.
   

   

하지만 이는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국내 시장 흥행을 가로막는 장애물로도 점쳐졌다. 이미 해외 버전을 통해 즐기고 있는 팬들이 많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매우 높았지만, 이들이 한국 버전으로 옮겨올지는 미지수였다. '음지'로 인식되는 국내 서브컬처의 특성상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의 주 타깃층은 '페이트' 팬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충성도 높고 단단하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했다. '페이트' 팬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실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이에 넷마블은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특히 원작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양지로 올라온 서브컬처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목표로 매출 톱5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울였다.
먼저 전문 번역가 현정수, 한신남에 의한 번역 감수를 통해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주력했다. 원작자 나스 키노코의 속칭 '나스체'로 불리는 독특한 언어를 한국어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또한 유저들에게 글로벌 버전과 동일한 BM(비즈니스 모델), 이벤트 일정 등을 약속했으며, 출시 하루 전 브랜드 사이트를 통해 '페이트' 애니메이션 VOD를 무료로 상영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은 성과로 이어졌다. 애플 앱스토어 매출 5위로 산뜻한 출발을 알리더니, 정확히 출시 일주일 뒤인 11월 28일에는 양대 마켓 매출 3위를 달성했다. '리니지M'을 비롯해 '리니지2 레볼루션', '액스' 등 MMORPG가 오랫동안 지배하던 차트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특히, 음지의 영역에 있던 '페이트'를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 타이틀이 갖는 의미가 크다. 지금도 국내에서 서브컬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인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소위 '오덕(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마니아층만 즐기던 '페이트'를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 서브컬처의 대중화를 이룬 모범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롱런' 기대감 확산
'페이트/그랜드 오더'와 관련해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원작사인 애니플렉스와 딜라이트웍스가 넷마블에게 운영 현지화 권한을 준 것이다. 이벤트 일정이나 업데이트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글로벌 공통으로 가되, 명절 등 특수한 이벤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권한을 열어준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넷마블의 사업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수준에 올랐음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미디어 인터뷰 당시 애니플렉스 이와카미 아츠히로 대표는 "퍼블리셔로서의 넷마블은 협력적인 운영과 마케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며 "세계관을 중시하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기에 넷마블과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눈에 띄는 운영의 묘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게임 PLC(제품 수명 주기)의 결정적 시기마다 빛을 발하며 장기 흥행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퍼블리셔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지금까지는 국산 게임의 세계화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게임사로서 해외의 우수한 게임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넷마블게임즈 백영훈 사업전략 부사장은 "넷마블게임즈는 단순 매출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미 해외 매출비중이 절반을 넘겼고, 글로벌 퍼블리셔를 추구한다"며 "한국에만 머물기보다 타국의 게임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탄탄한 팬층과 넷마블의 사업 수완을 등에 업고 롱런 체제에 돌입했다. 마블 영화 개봉 때마다 순위권을 역주행하는 '마블 퓨처파이트'의 사례처럼 '페이트/그랜드 오더'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해보자.
 
변동휘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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