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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정유년을 돌아봄
열두달 1주기의 끝자락에 섰다. 스마트폰 일정표에 익숙하면서도 촌스러운 감성은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겨보게 한다. 흐름의 잔잔해진 말단에서야 겨우 거센 뒷 물결을 돌아보는 것은 게으름과 무책임 외엔 달리 항변의 여지가 없다.

정권이 바뀌었고 규범과 질서가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행정부와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은 무소불위다. 숱한 법원리나 실정법 체계까지 흔들며 권력의 의지가 일반화되고 있다. 주권자의 위임, 재량의 범위가 의문시되는 때도 종종 나온다. 입법과 사법영역마저 식민화하려는 의도도 포착되고 있다.

적폐청산이란 이름의 정치캠페인은 스트레스를 넘어 또다른 적폐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던 연전 촛불의 함성은 이제 특정 정치집단의 전유물이 된 느낌이다. 권력, 힘이 곧 정의라는 강권주의 환영마저 어른거린다.

국가의무 또는 정책이란 이름으로 많은 규범과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전의 제도를 대체하거나 폐지하며 정권의 새로운 아젠다가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중이다. 국민의 삶의 속도 보다 빠른 정책들은 곳곳에서 불협화를 일으킨다.

우리에게 자유재로 인식되는 가치들의 무시와 포기도 때론 당황스럽다. 공과에 대한 뚜렷한 형량도 없이 정파적 판단으로 추진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경제성장에 대한 기업집단(속칭 재벌)의 기여 같은 것이 그렇다. 상호주 소유(순환출자)나 업무집행지시자의 횡포, 법인격 남용 등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부분만 끊어내면 되는 것이지 효율과 초과이익 추구를 위해 집단화한 기업을 해체하니 마니 할 이유도 권한도 없는 것이다.

나라살림을 윤택하게 하고 국민의 주머니를 불리는데 정치세력이 기여한 바를 따져볼 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은 정치의 기층성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는 정치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주권자의 명령을 제도화하고 잘 수행토록 하는 것이 정치라면 정치실패는 민주주의 실패, 나아가 시장의 실패마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에 의해 통제되고 장려될 때 최대의 가치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곧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가치가 조화를 이룬 상태, 자유권과 사회권이 화합한 경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규범과 법치, 정당한 자유권이 형해화하는 사태가 목격되고 있다. 억지와 독선으로 기대했던 국민통합도 멀어지는 양상이다. 일방의 논리가 강조되면서 다양한 일상의 상호작용이 단절, 해체되는 탓이다.

이와 비교적으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거나 고용사정이 좋아진 징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별로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정권의 교체완 상관없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봄은 더 나은 새 해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적은 자원, 많지 않은 시간과 기회를 우리끼리 다툼으로 날려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그르치지는 말아야 한다.

다양한 의사와 역량이 모아질 때 그 힘은 단순 합보다 몇 배로 커진다. 우리의 비린 투쟁사는 정유년과 함께 막을 내렸으면 한다. 

freih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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