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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엉덩이는 C등급” 성희롱에 협박까지…예술대 ‘여학생의 눈물’
-특정 신체 부위 언급…등급 매기고 성희롱 발언도
-남학생에 협박도…피해학생들 전과ㆍ유학ㆍ병원행
-“예술대 만연한 성희롱 문화 달라져야” 토로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얘는 다리는 1등인데 얼굴은 7등’, ‘쟤는 얼굴은 예쁜데 엉덩이가 너무 작아’ 모 대학교 예술계열 학과에 재학중인 A씨는 지난 2014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과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신체부위를 평가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A씨 등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성적 농담의 주요 대상이었다. 신체 특정 부위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물론 “네가 남자친구만 없었다면 내가 일찍 널 탐했을 텐데 아쉽다”, “어제와 같은 옷 입었네. 새 생명을 잉태했냐” 등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밝은 모습이었지만 당시를 떠올리자 마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만요” 말을 잇지 못하고 초조해했다. A씨에게 학창시절은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였다.


▶“증거를 대라” 협박에 울기만… 정신과 치료까지= A씨에게 가장 괴로웠던 일은 남학생 3명에게 끌려가 협박을 당한 일이다. 일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돌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문제제기를 해야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한 남학생들은 A씨를 교내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남학생 3명이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를 둘러싸고 “누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녔느냐. 증거가 있느냐”며 “무고죄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나가고 싶다, 내보내달라”고 울부짖기만 했다.

성희롱은 교실 안에서도 지속됐다. 학과 실습 시간에 가해학생은 “나 베드신을 찍을 건데 네가 벗어줄래?”, “비키니 입혀서 촬영하고 싶다”는 말을 던졌다. A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언제라도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불쾌함에 너무나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는 A씨만이 아니었다. 같은 과 학생 B씨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치마 입은 쟤, 허벅지 봐”, “가슴 골 다 보인다”, “어제 남자친구랑 잤어?” 등 성적 발언을 상습적으로 내뱉었다.

이들이 가장 괴로웠던 것은 가해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것이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던 A씨는 난독증이 생기기도 했다. 귀에선 이상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A씨는 2015년 정신과 치료에 이어 2016년엔 입원까지 해야만 했다.

일부 피해 학생들은 가해학생을 피해서 학과를 떠나야만 했다. 연이은 성희롱 사건으로 학생 C씨는 전과를 택했고 D씨는 유학을 떠났다.

▶“이 바닥은 원래 다 그래”…누구라도 가해자가 된다=학교 대응도 소극적이었다. 2015년 당시 학과장에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온라인 상에 학과 내 성희롱 피해사례를 모으는 움직임이 생기자, 그때서야 교수진들이 “그동안 모른 척 했다”며 사과를 했다.

지난주 A씨가 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지만 “이는 성 관련 사건이 아니라 협박사건”이라며 되돌려 보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현재 A씨와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과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하고 있지만 서로 주장이 상이해 사실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A씨는 학과에 만연한 성희롱 문화 때문에 누구라도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작은 가슴 가진 여자가 좋다”, “로마가 망한 건 다 여자 때문이야”, “여자의 솜털이 좋더라”, “이 바닥은 원래 다 그래” 모두 수업시간에 교수나 강사가 내뱉은 발언들이다.

A씨는 성적 농담을 당연하게 여기는 강사진, 이에 같이 웃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성희롱을 재미로 혹은 예술의 자유로 여기는 강사진들로 남학생들이 여성혐오, 성희롱 발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내뱉는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제2의 가해자는 또 나오고 피해자 역시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서야 학과의 실상을 알리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곧 후배가 들어오는데 나 같은 피해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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