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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도시’의 실체①]흑룡강 vs 연변 ‘가리봉 혈투’…10년간 끈질긴 악연
-영화 ‘범죄도시’ 실화…판결문으로 사건 재구성해보니
-유흥업소 보호료 강취ㆍ도박장 개설ㆍ필로폰 밀수 등
-2000년대 초반~2014년 패싸움…가리봉동 일대 ‘악명’


[헤럴드경제=김진원 고도예 기자]영화 ‘범죄도시’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는 이례적인 누적관객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2004년 서울 금천구 가리봉동 일대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서울 금천경찰서(당시 서울 남부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흑룡강 출신과 연변 출신 폭력조직이 맞붙자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무더기 검거했다. 이들의 실체는 어땠는지 법원 판결문으로 재구성해 살펴봤다.

먼저 등장인물 윤왕근, 별명은 ‘왕건’이다. 1969년생으로 연변 출신의 윤왕근은 2000년 산업연수생 비자로 한국에 입국했다. 윤왕근은 연변의 유명 폭력조직에서 활동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가리봉동 일대의 유흥업소에서 보호비를 갈취하며 조직을 유지했다.

[사진=키위미디어제공]

또 한 명의 조직폭력배 안석춘은 1967년생으로 역시 연변 출신이다. 별명은 ‘안철’이다. 조선족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안석춘은 가리봉동 일대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며 조직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안철파와 왕건파는 2003년 9월 맞붙었다. 안철파의 조직원이 술집에서 행패를 부리다 왕건파에게 병으로 머리를 맞아 다쳤다. 안철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칼날길이 15㎝의 식칼로 상대파 조직원의 뒷목을 찔렀다. 피해자는 다행히 20일의 치료가 요하는 부상을 입고 생명을 구했고 재판에 넘겨진 안철은 살인미수가 아닌 폭처법(폭력행위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강제출국했다.

왕건파의 위세는 더욱 등등해졌다. 이들은 2004년 1월 한 노래방에서 여종업원에게 행패를 부리다 지배인이 나가달라고 하자 식칼과 가위로 피해자의 얼굴, 팔등을 찔렀다. 같은 기간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은 경쟁 조직원 복부와 허벅지를 수차례 찌르기도 했다.

영화처럼 이곳에서 근무하는 노래방 지배인은 방검복을 착용해야 했다. 왕건파는 2004년 4월 한 노래방에서 외상을 해달라고 행패를 부리다 지배인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에 왕건파 조직원은 과도를 피해자의 복부에 힘껏 찔렀으나 피해자가 미리 예상하고 방검복을 착용하고 있어 미수에 그쳤다.

가리봉동 일대에서 악명이 높아졌다. 경찰은 윤왕근을 포함한 왕건파 5명을 안철파와의 패싸움 등의 범죄사실을 포함해 일망타진 했다. 이들은 살인미수 및 폭처법 혐의로 각 징역 8년에서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사진=키위미디어제공]

한편 안철파 두목 안석춘은 중국으로 강제출국 됐다가 2005년 ‘안용발’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다시 만들어 한국에 돌아왔다. 안철은 2006년 10월 가리봉동의 한 고물상에서 소변을 보는 것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고물상 주인을 벽돌과 걸레자루 등으로 집단폭행했다. 안철은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다시 돌아와 마작을 주로 하는 도박장을 개설했다.

같은 시기, 연변파들이 떠난 가리봉동 일대를 흑룡강파가 접수했다. 1969년생 흑룡강 출신의 오수일이 흑룡강파의 두목으로 있었다. 오수일은 2000년부터 히로뽕 밀수업을 가리봉 일대에서 벌였다. 흑룡강파는 히로뽕 1.8kg을 공룡모형 인형 1202개에 숨겨 밀수하다 적발 되기도 했으나 사건에 연루된 오수일은 “계좌를 빌려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벗었다.

연변 출신과 흑룡강 출신의 사이는 좋지 않은 상태였다. 둘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말부터다. 연변 출신 안철파 조직원 7명은 2006년 12월 25일 평소 적대 관계에 있는 흑룡강 출신 오수일파 조선족 일행과 포장마차에서 부딪힌 것으로 인해 패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상대편 조직원을 차에 태워 강남 일대를 돌며 도망친 조직원의 위치를 불라며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노래방 2층 창문을 통해 탈출하자 쫓아가 폭행한 뒤 자신들이 맞은 합의금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에 의해 이들이 무더기로 소탕된 후 잔당들의 갈등은 이어졌다. 2009년 5월에는 오수일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한다는 이유로 한 흑룡강파 조직원이 다른 조선족의 아킬레스건을 흉기로 끊어버리는 사건도 벌어졌다.

2014년에도 흑룡강 출신 조선족들은 연변 출신 조직과 또 패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서로 쇠파이프와 칼 등 흉기를 들고 맞붙었으나 정작 수사기관에서 칼을 찾지 못하자 서로 때리거나 맞은 사실이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이들은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 받았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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