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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황금빛’, 아버지 천호진은 어떻게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황금빛 내 인생’의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산다. 딸을 바꿔치기 해 서지안(신혜선)과 서지안(서은수)을 모두 힘들게 만든 건 자신의 아내인 양미정(김혜옥)이지만 그 화살의 대부분은 서태수에게 돌아온다. 두 딸을 다 잃을 처지가 된 것이다.



서태수가 한 때는 성공한 중소기업 CEO였지만 가족으로부터 그런 것에 대한 평가와 보상은 받지 못한다. 전국 공사장을 다니는 인부라는 점은 아내를 불안하게 하고, 장남인 서지태(이태성)를 장남콤플렉스에 빠지게 했다. 서지태가 한때는 비혼(非婚)주의자였고, 지금도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은 돈을 못벌어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아버지 탓이 크다.

서태수는 그래도 고생하는 자식들을 안쓰럽게 여기며 두 딸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극심한 우울증에 걸려 식사도 하지 못하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3일간 잠에 들었다. 잠든 자신을 깨우는 장남에게 “니가 뭔 상관이야”고 버럭 화를 낸다. 의외의 모습이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대목인 것 같다.

서태수(천호진)는 한 집의 기둥이지만,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씩 집을 떠나간다. 지안과 지수가 나갔고 막내 아들 지호(신현수)는 벌써 독립했다. 큰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이들도 분가시킨 거나 다름 없다. 가족이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서태수가 구상해온 가족 그림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서태수는 앞으로 어떻게 자아를 찾을 수 있겠는가? ‘나는 자연인이다’의 삶을 택할 것 같지는 않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더 힘들어지고, 자신의 가치와 존재가 부정당하는 서태수. 최근 ‘황금빛 내 인생’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는 가족이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인지 가족해체에서 오는 ‘포기’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아니 둘 다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무능한 아버지가 돼있는 서태수는 어떻게 재기할 것인가. 가족들에게는 원망과 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자신에게는 “서태수, 너 인생 실패했다”고 자책하는 서태수는 “내가 이제 돈 벌어서 뭐하냐”고 말했다. 그러니 단순히 베트남을 상대로 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만으로는 자아를 찾고 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서태수라는 아버지를 바라보면 짠해지고 씁쓸해진다. 그는 이 시대 아버지의 존재이유와도 연관돼 더 슬퍼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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