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기준 금액을 초과하기만 하면 무조건 죄가 되느냐? 정당한 청탁이면 좀 넘어도 죄가 되지 않으냐? 그럼 금액 기준은 왜 정했냐?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필부필부에겐 궁금한게 너무 많다.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1년이나 지났지만, 서민들이 그토록 벌벌 떨던 밥 한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정 금액을 초과해서 처벌 또는 기소된 사례는 전혀 없다.
지금까지 첫 판결을 받은 김영란법 위반 사례는 혐의 내용이 김영란법이 아니라 형법상 뇌물죄로 보는게 더 타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3만원- 5만원- 10만원이라는 김영란법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3-5-10만원 초과시 처벌 여부는 지금도 국민이 궁금해 하는 최대 관심사이다.
첫 판결은 지난 10월에 있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이수웅 판사는 200만원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기소된 죄명은 부정청탁금지밥 위반 혐의)로 전직 도로개량사업단장 김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사업단장으로 재직중이던 지난해 10월 도로 포장공사 업체 대표 안모씨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 안씨의 업체는 사업단이 발주한 공사를 재하도급받았다.
대가성 뇌물, 즉 형법을 적용해도 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처벌이 약한 김영란법으로 기소했고, 이 판사는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벌금형에 그쳤다.
김영란법 첫 케이스로 주목받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측의 법무부에 대한 1인당 9만원대 식사 접대는 업무추진비 유용 문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곧 판결이 나온다.
김영란법에 규정한 3만원을 초과한 금액의 밥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인들은 “이 전 지검장 측이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3명에게 한 식사 대접의 경우 공식적 행사이며, 공식행사 비용을 업무추진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검찰 내 일반적 절차”라면서 “수사기밀을 다루기 위한 독립된 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9만원대 식사는 통상적 범위를 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필부필부 입장에선 ”저 변호사 말 대로라면 대체 금액을 왜 정해놓은 건데? 금액을 뻔히 넘긴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저런 말 할수 있는 법이었어? 금액을 넘겨도 저렇게 당당하면 뭐가 죄가 되는건데?”, “3만원 넘었으면 무조건 죄가 되는 것 아니야?” 다양한 질문을 쏟아낼 수 있다.
현재로선 당시 서울지검팀이 법무부에 특별히 청탁한 것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 유죄 판결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서울지검 이영렬 전 검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전국민은 엄청나게 헷갈릴 것이다.
만약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다면 왜 유죄인지 조목조목 밝혀야, 국민들에게 좋은 잣대가 되겠다.
앞서 도로개량 사업단장이 김영란법이 정한 금품액의 20배를 초과한 ’뇌물‘을 받았음에도 벌금형에 그친 점, 버젓이 3만원을 초과한 9만원짜리 밥을 접대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죄가 안된다고 강변하는 상황에 필부필부들은 뭐가 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면 3만원 넘어도 되나?, 그렇다면 금액을 왜 정해 놓은 거야?‘
요즘 3만1000원짜리 밥 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탁도 없었는데, 먹어도 되나 보다” 생각하고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고, 이같은 필부필부들의 소심한 반란은 이 법의 취지, 법정의 관행에 비춰 결코 틀린 것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럼 왜, 금액 가지고 보통 사람들만 옭아매는데... 김영란 법 대체 넌 누구니?
필부필부들의 상당수는 숫자를 정해놨으니, 차라리 법이 정한 금원을 초과하는 밥을 먹으면 일률적으로 벌금과 처벌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입법, 사법부는 이같은 혼선을 하루속히 정리해줘야 한다.
객단가 3만1000원 이상을 먹었는데, 청탁이 없었거나 정당한 부탁이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든지, 3만1원이라도 먹으면 청탁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지 않고 처벌한다고 하든지.
뇌물죄는 무엇이고, 부정청탁죄는 무엇인지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진정 바랐던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조문을 정교하게 다시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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