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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고민이 막 내리고…그의 무대가 막 오르다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으로 돌아온 무대 디자이너 로익 티에노

가수들 동선 고려 고민 또 고민
‘커튼’이 열리기 직전까지 수정
건축가 활동하는 ‘프랑스 장인’
“모던한 라보엠 무대 보게될것”

“저는 자신을 ‘장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공연을 위한 무대를 만든다는건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영역을 넘나들지만, 기본적으로는 ‘장인’이죠” 무대 디자이너 로익 티에노(50)의 정의는 명쾌했다. 그가 만든 무대도 이같은 ‘장인’의 손길이 뭍어난다. 기술의 힘은 세심한 ‘손 맛’을 살리기 위한 도구다.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으로 돌아온 무대 디자이너 로익 티에노

로익 티에노의 무대 중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건 지난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연출 이소영)다. 전나무 숲을 무대위에 구현하고, 철물구조 안에 벗꽃나무를 겹치게 해 꽃이 피고지는 모습으로 사랑과 배신 등을 표현한 무대로 호평을 받았다. 철물 구조 하나로 안과 밖으로 표현하는 등 유럽 오페라무대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 그가 올 겨울엔 국립오페라단의 2017년 마지막 공연인 ‘라보엠’으로 찾아온다. 지난 2012년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와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라보엠’에 이어 두 번째다. 티에노는 “2017년 라보엠은지난번과 콘셉트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매우 데생같고, 유화같아 사실적이지 않은 무대로 레트로적 경향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5년전 라보엠이 사진과 같은 사실적 무대로 꾸며졌다면 이번엔 디자인적이고 도안적 성격이 강한, 모던한 무대를 선보인다. 사실적 묘사가 줄어들자 추상성이 강한 공간으로 변했다. 흥미로운 건 구체성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원작 라보엠에서 그렸던 가난한 예술가들의 안식처, 화려한 무도회, 이별의 공간의 감정적 소구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티에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단순함’이다. 연출가가 원하는 것을 가장 심플하게 전달 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라보엠은 ‘극과 극’을 오간다. 가난의 숭고함과 부유한 유흥의 화려함,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 등 물질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그 진폭이 크다. 무대 디자이너에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작품인 셈이다. 


티에노는 아주 좁고 간소한 다락방으로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가가 되고자하는 젊은이들의 야망을 보여주기도 하고, 1831년 파리의 마비유 무도회에 착안한 야외 카페와 유원지로 들떠있고 사치스런 분위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19세기 파리 도심과 외곽을 나누던 ‘동페르’문을 가져와 이별의 장소로도 활용한다. 파리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무대로 끌어와 핍진성을 강조하지만, 또 아련한 꿈과도 같은 느낌도 준다.

이렇게 콘셉트를 살리는데만 중점을 두는건 아니다. 현직 건축가이기도 한 티에노는 사용자의 편안함도 중요 고려사항으로 꼽는다. 콘셉트를 잡고 무대를 제작하는 것보다 수정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이유기도 하다. 가수들의 연습장면을 유심히 보고, 그의 동선을 일일히 체크해 무대의 모든 공간을 다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제가 제안한 무대를 가수들이 불편하게 느끼거나, 동작에 방해 되지 않도록 끝까지 수정한다”는 티에노는 “한국의 전문가들은 무척이나 실력이 좋지만 저한테 빨리 빨리 결정하라고 해서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커튼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의자의 위치마저도 바꿔놓는 ‘프랑스 장인’다운 발언이다.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19세기 파리, 꿈과 환상을 갈망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오페라 ‘라보엠’은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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